'달러라이제이션' 영향…대북제재 지속시 北 환율·물가 급등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이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데 대해 북한의 거래용 외화량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성민 한은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28일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BOK경제연구)'을 통해 "북한은 가치저장용 외화를 상당 수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달러라이제이션이란 미국 달러화로 자국 통화가 대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문 연구위원과 김병기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이 화폐수량설 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북 제재로 보유 외화가 감소하더라도 가치저장용 외화량의 증감만 있고 거래용 외화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환율과 물가는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보유 외화 감소 단계는 가치저장용 외화 감소단계, 거래용 외화의 일부 감소단계, 거래용 외화의 대폭 감소 단계로 구분되며 현재는 1단계인 가치저장용 외화 감소단계로 추정됐다.

현재 북한의 외화보유량은 2014년 현재 가치 저장용(자산대체용) 외화 20억1천만∼42억8천만 달러, 거래용(통화대체용) 외화 10억∼23억5천만 달러로 총 30억1천만 달러에서 66억3천만 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문 연구위원은 "최근 대북제재 영향으로 보유외화가 줄고 있으나, 북한의 물가 및 환율 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외화감소 규모가 아직은 가치저장용 외화를 감소시키는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향후 대북 제재가 지속돼 거래용 외화까지 감소할 경우 환율 및 물가가 급등하는 등 북한의 경제적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의 시장 물가·환율은 2013년 이후 최근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2009년 말 몰수적 화폐 개혁 직후 달러 사용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물가·환율이 급등했으나 달러 사용이 확대되고 안정된 이후에는 달러라이제이션이 물가와 환율을 안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우 금융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화폐, 특히 현금 화폐 양이 북한 물가를 결정하는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의 외화 선호도가 높은 경우 중앙은행이 시뇨리지 극대화를 위해 통화증발을 자제하면서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뇨리지란 화폐 발행을 통해 정부가 얻는 이익을 뜻하며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 비용을 뺀 것이다.

북한 가계의 달러 대체 지수는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크게 높아졌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본인이 가진 현금성 자산 중 외화로 갖고 있는 비율은 2009년 약 40%에서 2012년 93%까지 올랐다. 또 일상생활에서 거래 시 외화 사용 비율은 2009년 25%에서 2012년 62%로 상승했다. 이후 2013년부터는 자산과 통화의 대체 정도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쌀값 등 물가 흐름과도 비슷하다.

향후 제재로 인해 보유외화 감소가 지속될 경우 가치저장용 외화가 소진되고 거래용 외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 연구위원은 "향후 거래용 외화량의 감소 폭이 커질 경우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환율 상승의 영향이 거래용 외화량 감소의 영향보다 우세하게 되면 자국통화 표시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이 거래용 외화량 감소에 자국통화 증발을 통해 대응할 경우 환율과 물가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더욱 불안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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