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가 증시 조정의 빌미로 떠올랐다.

설 연휴 기간동안 국내 확진자가 속속 나오면서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 공포에 대한 데자뷔가 나타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28일 우한폐렴 공포가 단기 악재에 그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감염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 점에서 중국 경제 충격파가 증시로 전이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연휴 기간 뉴욕증시도 우한폐렴 리스크에 3대지수 모두 1% 이상 급락한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감염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우한 폐렴 공포감에 크게 요동치고 있다며 우한 폐렴의 감염속도가 2003년 사스 당시에 비해 빠른 상황이라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의 경우 확진 환자가 1천명을 돌파하는 데 4개월이 소요된 반면, 우한폐렴은 지난해 12월 3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천명을 돌파하는데 2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기간을 당초 30일에서 2월2일까지 연장한 점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이전의 전염병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전염병이 경기와 금융시장에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은 바 있어 이번 우한폐렴 역시 단기 악재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시장이 당분간 사태 추이를 주목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단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전에 비해 우한폐렴 사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돌발변수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경제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이미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펀더멘탈에 치명타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감안할시 전염병은 단기 투자심리 악화 요인은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방향성 결정 요인은 아닌 것"이라면서 "위안화 강세, 한한령 해제 기대감 등 중장기 상승 요인이 남아 있다면 전염병 사태가 완화되는 시점부터 중국 소비주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구간이 도래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당분간 면세점, 호텔, 화장품 등 중국 관련 소비주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과거 사스 사태에서도 확진자 발생 이후 중국내 소비심리, 소매판매, 중국인 방문객 데이터가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전염병 관련 데이터 부진의 기간이 모두 3개월 이내로 제한됐다는 점, 중국의 총력 대응으로 사태가 조기에 진정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사태로 주가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우한폐렴 사태가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3개월 누적수익률은 8.6%로 경험적 고점인 9~10%에 근접했다"며 "코스피의 기술적 과열 가능성이 높아진 시기에 1월말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폐렴은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봤다.

그는 2003년 사스, 2009년 HINI(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 등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국면이던 2009년을 제외하면 사스와 메르스 발생국면에서 코스피는 최대 -10% 정도 하락했다"고 짚었다.

이처럼 우한폐렴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설 연휴동안 정부와 한국은행도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기획재정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전일 긴급 개최하고, 우한폐렴 확산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금융위원회도 국장급 우한폐렴 현안 점검회의를 열었고, 한국은행도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를 비공개로 개최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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