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감사했던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좋은 연말연시. 하지만 감사의 뜻을 전하기에 앞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부정부패를 근절해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을 담아 지난 2015년 3월 제정된 청탁금지법은 입법 당시 위헌 논란 등 진통을 겪으며 2016년 9월부터 시행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음식 접대와 경조사비, 선물 문화 등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관행까지 규율하고 있는 청탁금지법의 특성상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3·5·5 원칙 등 법률의 개략적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행 당시 3·5·10 원칙이라 불렸던 청탁금지법은 시행령 개정으로 경조사비가 5만원으로 축소되면서 일부 변화가 생겼다.

단, 화환·조화와 같은 경조사비, 농수산물 같은 선물에는 일부 예외가 인정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금품수수 및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때 '공직자 등'은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른 공무원은 물론 공직유관단체와 공공기관, 학교법인, 언론사 임직원을 포함한다.

문언상 청탁금지법의 수범자는 '자연인'에 국한되는 것이 비교적 명백해 보이나, 공공기관이나 언론사 등 '기관'이 명백히 금품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인 고민이 있었다.

이에 관해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와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언론사 대표인 A는 언론사의 자금 사정을 이유로 지인에게 금전적 지원을 요청하고, 지인으로부터 받은 금전을 언론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안에서 1심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상 금품수수 금지의무의 주체는 '공직자 등'에 국한되는 것이므로 언론사 등 '공공기관'에는 금품 수수 금지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A의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금품의 수수 경위와 관여자들의 의사, 금품의 사용처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실질적으로는 언론사 대표자 등이 금품을 수수해 경제적 이익을 누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가장하기 위해 주체를 언론사로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처벌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2심 재판부도 청탁금지법은 명시적으로 '공직자 등'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을 뿐 언론사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과, 언론사는 형식적인 금품 수수의 주체일 뿐 사회통념상 언론사의 대표자와 임직원이 금품을 교부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동일하게 인정했다.

다만, 2심은 1심과는 달리 대표자 A의 유죄를 선고했고 이는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최종 확정됐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문제가 된 언론사가 1인 기업으로서 사실상 A가 언론사를 소유해 왔고 언론사가 금품을 제공받는 경우 A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이익을 얻는 관계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상 판결은 제3자 등을 통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 시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인용해 판단했다는 점에서 쉽게 그 판단 기준이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금품 수수의 형식이 아닌 실질을 고려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함을 시사한 것으로, 향후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형식적으로 법인 등 제3자를 앞세워 우회적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탈법적 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무법인 충정 김형준 변호사)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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