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과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갈등 완화, 독일의 경기침체 우려 감소 등으로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낙관론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중국 및 세계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미치겠지만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처럼 충격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발병 초기임에도 확산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인 데다 진원지인 우한이 중국의 거대 산업도시여서 사스 때보다 경제적 여파가 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대규모 단기 충격 우려…사스보다 피해 클 수도

매체는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지만 전 세계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인베스텍의 필립 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에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있다"면서 바이러스의 심각성과 확산, 발생 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확실한 것이 아니고서는 투자한 것을 모두 매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매체는 말했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니콜라스 라디 선임연구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스와) 비슷해 보인다"면서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병원은 환자들로 가득 찼으며 많은 이들이 증상을 보이지만 테스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사스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크게 둔화한 바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에 따르면 지난 2003년 2분기 성장률은 9.1%로 이전 분기의 11.1%에 비해 2%포인트 낮아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2003년처럼 이번에도 우한 폐렴의 충격이 빠른 속도로 잦아들어 수개월 만에 중국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루이스 퀴즈스 OE 헤드는 "(우한 폐렴이) 상당히 큰 충격을 미치겠지만 상대적으로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NYT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대응으로 경제적 피해가 억제될 것이라는 게 희망 섞인 관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한이 중국의 시카고로 불릴 정도로 산업의 중심지여서 도시 자체의 격리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디 연구원은 "정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경제적 여파가 사스 때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우한은 주요 산업도시이며 사실상 도시를 폐쇄하면 막대한 충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이달 30일까지였던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내달 2일까지 연장했다.

춘제를 맞아 이동한 인구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으며 상하이 근처의 주요 산업도시인 쑤저우는 연휴를 2월8일까지 늦췄다.



◇ 대중 수출입도 직격탄…세계 각지 영향권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의 경기 둔화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매체는 예상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중국의 주변국이 그 여파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홍콩이나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이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중국은 지난 주말 동안 자국민들의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했다.

중국의 공장들이 교통 제한 등으로 추가적인 차질을 빚게 되면 이 또한 글로벌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용광로로 들어가는 호주나 인도의 철광석 광산에 직격탄을 입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나 한국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나 패널 디스플레이 판매도 제한될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공장 기계류나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 나오는 자동차 부품 판매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무역합의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을 대규모 구매하기로 했지만, 추가 농산물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이미 3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나타내면서 구조적으로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헤르메스인베스트먼트의 실비아 댈란젤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명백히 구조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는 성장률 둔화로 분명히 더 불안정하다. 충격에 더 취약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향후 전망을 가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보'가 매우 부족하며 중국 당국에 대한 신뢰 역시 최소한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매체는 말했다.

퀴즈스 헤드는 "중국은 여전히 투명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는 정부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분명한 규칙에 따라서가 아닌 관료들에 의한 재량적 결정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이 전반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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