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초단타 매매'를 이용하는 트레이더들이 글로벌 증시에서 순간적인 자산 가격 차이를 이용해 연간 약 50억달러의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빈도 트레이더들이 활용하는 이른바 '잠복 차익거래(latency arbitrage)'에 따른 비용을 추산한 결과 일반 투자자들은 연간 이 같은 규모의 돈을 더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잠복 차익거래는 초단타 트레이더들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정보와 뉴스를 이용해 다른 사람보다 빨리 매매에 나서 일시적 가격 차이로 이득을 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초고속 인터넷 회선과 높은 컴퓨터 사양 등으로 무장한 고빈도 트레이더는 이 같은 행위로 당장은 작지만 쌓이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용되는 정보는 기업 뉴스부터 경제지표, 다른 지역 시장의 가격 변동 등 다양하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당국은 고빈도 트레이더들의 투자 기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은 거래세를 도입해 고빈도 트레이딩을 억제하는 한편 잠복 차익거래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SJ은 "많은 전문가는 잠복 차익거래가 투자자의 거래 비용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고빈도 트레이더는 남보다 빠르게 좋은 가격으로 주문을 채갈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는 그렇지 못해 결국 조금이라도 더 안 좋은 조건으로 매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FCA의 보고서는 잠복 차익거래로 투자자들이 추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일종의 '세금'으로 규정했다. 세금 비용은 일일 주식 거래량의 0.0042%로 추산됐다.

FCA는 이 수치가 작아 보이지만 고빈도 트레이더가 비슷한 수익률을 낸다면 그들은 2018년 기준으로 증시에서 48억달러를 벌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만 28억달러를 벌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CA는 또 잠복 차익거래의 여파는 동등하지 않게 분배된다며 대형 투자자들일수록 더 큰 비용을 감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잠복 차익거래 세금은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로선 저축과 은퇴 계획을 설계할 때 우려할 필요가 없는 수준으로 미미하다"면서도 "대형 투자자는 적은 수의 고빈도 트레이더들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1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