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한국은행도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이른바 '폴리시믹스(Policy Mixㆍ정책조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등 전염병으로 경기둔화가 가시화됐던 시절에 이뤄졌던 정책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인식에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긴급 관계 장관회의'에서 "총 208억원의 방역 대응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선제방역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해ㆍ재난 등에 활용하는 2조원 규모의 목적예비비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추경 카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한 폐렴 감염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온 데다 일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4~5월에 우한 폐렴이 절정에 이를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전문 연구기관인 플리넘(Plenum)은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시 봉쇄, 춘제 연휴 연장 등 인구 이동을 통제하면서 올해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도 덩달아 휘청일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도 "연초에 경기 반등을 위한 경제심리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 같은 사태로 경제심리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일단 사태가 초기인 만큼 당장 추경 카드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올해의 경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앞당겨 집행하기로 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 경기 상황을 보면서 추경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책 입안과 실제로 집행하는 '시차'를 고려할 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5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이 여야 갈등으로 99일 만에 '늑장 처리'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하로 지원사격에 나설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이는 과거 메르스 시절을 떠올린 전망이다.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지 3주 만에 단행된 조치였다.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의 갈등, 우한 폐렴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요건은 만족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관측이다.

이미 우한 폐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지난 2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2bp 하락한 연 1.352%, 10년물은 10.1bp 내린 연 1.603%에 거래됐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가 개선세를 보이긴 하지만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우한 폐렴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 정도의 시급성은 없다"고 부연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한 폐렴이 아니더라도 금리 인하 필요성은 있다"며 "우한 폐렴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한 폐렴이 2월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이미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과거 메르스 발발 시와 다르다는 점에서, 우한 폐렴에 따른 실제 경기지표의 훼손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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