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가 우리나라의 금융불균형이 증가했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시사점을 주려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한은은 과거 시장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보고서의 발간 시기를 조정하는 등 보고서를 통해 정책 의중을 일정 부분 보여줄 때가 있었다. 작년 한은 국정감사에서는 최저임금 관련 연구 보고서의 수정이 정부 정책 기조에 순응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전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서 한국의 2019년 2분기 금융불균형 수준이 '25'로 장기 평균인 '0'을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금융불균형은 실물경제활동과 괴리된 과도한 신용 증가와 자산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한은은 "금융불균형 수준이 2017년 3분기 이후 장기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금융시스템의 취약성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물가와 금융안정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한은이 금융불균형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명시한 셈이다.

이번 연구의 결론은 금융안정에 대한 금통위원의 우려와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결과다.

작년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신용공급과 유동성 확대가 의도한 것이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은 실물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궁극적인 정책효과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든지 장기적인 안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보고서를 내놓은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원칙적으로 보고서가 집필자 개인의 견해라고 밝히고 있지만, 때에 따라 보고서 내용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한은은 작년 8월 외환시장 개입 분석에 관한 보고서가 시장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며 배포를 연기했다. 당시 달러-원이 1,200원대를 뚫고 급등세를 나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은의 보고서 수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안정성과 근로시간,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목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는 지적이다.

한은에서는 금융불균형에 관한 이번 연구가 집필자의 개별적인 연구 결과며 보고서는 그 자체로만 봐야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에서도 금융 불균형 이슈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은의 보고서가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정책에 있어 금융불균형 시정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한 폐렴이 글로벌 증시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이 금융불균형 시정에 쏠릴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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