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호텔롯데가 올해 기업공개(IPO) 추진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라는 변수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 실적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마지막 퍼즐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상장 성공을 통해 '뉴롯데'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이 아직 국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상태는 아니어서 호텔롯데 상장을 포함한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호텔·서비스 BU장이었던 송용덕 부회장을 롯데지주 공동대표에 선임하고,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호텔·서비스 BU장에 임명하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지난 19일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신 회장이 원톱 체제를 굳히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를 둘러싼 일본 기업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추로 여겨진다.

신 회장은 2015년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은 이후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데 주력했다.

2017년 롯데지주를 세우고 신 회장 자신이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지분율 11.7%)가 되어 지주사 아래로 계열사를 최대한 모았다.

다만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관계사가 지분의 99%를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낮추고 지주내 편입함으로써 일본 롯데와의 종속 관계를 끊으려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지주와의 관계 정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리의 핵심이자 신 회장의 롯데그룹 내 지배체제가 공고화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6년 한 차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경영권 분쟁, 검찰 조사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실적이 부진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 호텔롯데의 영업이익은 면세사업부 부진으로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호텔롯데 매출에서 면세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특히 중국인 의존도가 가장 높은 산업으로 전체 고객 중 중국인이 80%에 달한다. 대부분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공이다.

사드 사태의 여파로 떠났던 중국인들이 돌아오면서 최근 호텔롯데의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영업이익은 2천37억원으로 47%나 급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4천500명을 넘어서는 등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최악의 경우 제2의 메르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수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중국인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점 매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실적은 IPO를 위한 든든한 기반 중 하나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예상만큼 공모가격이 나오지 못할 수 있다"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더 미뤄질 경우 여전히 롯데지주의 지배구조가 불완전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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