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 1단계 무역합의 '뒷전' 될 수도

원자재 가격도 하락…구매 규모 부담 커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미국산 제품 수입 약속을 중국이 지킬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지난달 15일 이뤄진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르면 중국은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에서 2천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 및 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단계 무역합의 이후 해당 내용이 공개됐을 때에도 중국이 이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이 약속을 지키려면 한해 1천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데, 2017년 당시 1년에 1천880억 달러 규모였던 수입 총액을 갑작스럽게 2천880억 달러로 늘어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이러한 회의론은 더 커졌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중국 경제에 큰 상처를 남겼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중국의 산업 동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영토 중 상당 부분이 이미 봉쇄됐을 뿐 아니라 중국의 수요감소 우려로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예를 들어 지난 28일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두 가격은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그 외 밀가루, 식물성 기름 등의 가격도 내렸다.

즉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향후 2년간 320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과 524억 달러어치의 에너지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려면 더 많은 양을 사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AFS)으로 돼지 사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며 단기적, 중기적 수요는 이미 브라질 등에서 구매해놓은 부분도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의 안드레이 아가피 디렉터는 "몇몇 도시와 마을은 실질적으로 폐쇄됐으며 이는 사람뿐 아니라 농산물의 움직임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면서 "도축장에 보내야 할 돼지도 운송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또 중국 정부 관료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어 미국 제품 구매에 대한 지시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닉 마로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주요 항구나 교통망을 폐쇄하는 등 물류 자체에 영향을 줬을 뿐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의 시선까지 분산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현재 모든 자원을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쏟고 있으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우선순위는 필연적으로 2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중국 춘제(春節·설) 연휴 이전에 대규모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한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이 농산물, 에너지 외에 제조업 제품도 770억 달러어치를 추가로 구매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산업 및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했을 때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도 말했다.

코페이스의 칼로스 카사노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측면에서는 우한 등 중국 내 봉쇄된 도시에 공급망 익스포져가 노출되어있는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어떠한 판매도 얼마간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용 지불 지연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몇 제조업체가 우한 등 중국 내 봉쇄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다면서 영향을 분명히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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