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춘제(春節)에 민족 대이동과 겹쳐 사망자와 감염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30일 현재 사망자 수는 170명, 폐렴 확진자 수는 7천25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7일 네 번째 감염자가 나타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공항, 호텔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비상 방역체제에 들어섰다.
이번 우한 폐렴은 전염속도가 빠른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와 증시에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증시는 그동안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등 각종 전염병 사태를 겪었다. 그중 우리 증시와 경제에 큰 충격을 줬던 건 사스다. 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2002년 겨울, 코스피지수는 720 부근부터 줄곧 미끄럼을 타기 시작해 사스가 최절정에 달했던 2003년 3월엔 512까지 추락했다.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사스로 인해 우리나라의 2003년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002년 7.7%대에서 2003년에 3.1%로 반 토막 났다.
사스가 메르스나 신종플루보다 우리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건 중국 경제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우한 폐렴 역시 사스 때와 같은 충격을 유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여행과 관광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스가 발생했던 당시보다 중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훨씬 늘어나 그 충격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우리 증시에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로 여행ㆍ관광ㆍ화장품 관련주들이 날개 돋친 듯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걱정의 온도는 더욱 높아진다.
국내 내수경기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여행사들은 예약취소때문에 퇴근을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신종코로나의 진앙인 중국 뿐만 아니라 중국 관광객이 많은 전세계 각지의 여행이 다 취소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단체행사와 모임은 엄두도 못내는 지경이다. 경제활동 위축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방역이 뚫리면 우리 경제도 뚫리고 그 후폭풍은 금융시장까지 미칠 것이다. 최근 뉴욕증시 등 글로벌 금융시장도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출렁거렸다.
반도체 경기 호황과 미·중 무역 1단계 합의, 실물경제 회복 기대감 등 온갖 호재를 등에 업고 내달린 우리 증시에 갑작스럽게 돌출한 우한 폐렴 악재는 큰 장애물이다. 질병의 특성상 통상 4~5개월은 지나야 장기화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언제 이 국면이 끝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증시 주변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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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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