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2년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걱정이 많습니다."

국내 보험업계와 시장에서는 이같이 말하는 이들이 많다. IFRS17에서 원가법으로 측정됐던 보험부채가 현행가치(시가법)로 평가되는 탓이다.

저금리 기조에서 부채가 시가기준으로 측정되면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다.

부채 증가 등으로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문제가 커지면 보험사 상환부담이 커진다. 자본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보험사는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를 축소하려고 한다.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고 장기 국채 투자를 확대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린다.

하지만 국내 장기 국채 거래 비중이 높지 않고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금리가 상승해 자본확충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년물 이상 장기 국채 거래비중은 2016년 1.7%, 2017년 2.8%, 2018년 2.9%에 그쳤다. 2016~2018년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4.31%인데 이 기간 자산운용 수익률은 3.60%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와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 부채 관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부채를 관리하지 못하면 IFRS17이 도입됐을 때 자본잠식에 직면할 수 있는 탓이다.

부채 관리에는 ▲계약 이전 ▲계약 환매 ▲공동 재보험 ▲파생상품 활용 등이 있다.

계약 이전의 대표적인 사례는 대만 알리안츠생명이 대만 중국생명에 고금리 계약을 이전한 것이다.

알리안츠생명은 2018년 5월 4% 이상의 고금리 계약 7만8천건을 중국생명에 이전했다. 이에 따라 알리안츠생명은 영업손실에서 벗어났다.

중국생명은 시장 점유율이 2.6%포인트 증가했다. 계약 이전으로 알리안츠생명과 중국생명 모두 긍정적 효과를 본 셈이다.

전문가는 국내 보험업계에서 계약 이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고금리 계약이 다른 보험사보다 적고 지급여력(RBC) 비율이 높은 곳이 고금리 계약을 받아갈 수 있다.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회사도 고금리 계약을 원할 수 있다.

계약 환매는 보험사가 기존 해지환급금과 일정 프리미엄을 고객에게 지급하고 고금리 계약을 환매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는 10~25%의 프리미엄을 지급해 고금리 종신보증계약을 환매하고 부채를 축소했다.

공동 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이외 금리위험 등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금리 파생상품을 활용해 부채를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보험사가 이자율스와프(IRS) 리시브를 하면 자산 듀레이션을 관리하고 금리 하락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스와프시장에서는 장기 구간 IRS 유동성이 부족하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이런 부채 관리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전날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제4차 회의를 열고 공동 재보험 도입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보험업감독규정 등 관련 규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또 계약 이전, 계약 환매 등 다양한 부채 관리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자산운용부 김용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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