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전쟁'이 본격화됐다.

한진가(家) 남매의 싸움에 '외부세력'까지 가세하는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31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기로 합의하고,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체제'를 허물기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조현아-KCGI-반도건설이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기로 하면서 이들의 지분율은 31.98%(6.49%+17.29%+8.20%)로 늘어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에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00%)까지 포함하더라도 32.45%에 그친다.

지난해 말 1% 정도의 한진칼 지분을 산 카카오를 끌어 들여도 34% 못미친다.

2∼3%대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타임포트폴리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의 입장에 따라 양측 간 희비가 크게 엇갈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명희 고문이 조원태 회장과 지난해 성탄절에 갈등을 표출한 상황이어서 이 고문의 입장도 매우 중요하게 됐다.

설 연휴 직후 조원태 회장이 이명희 고문 집을 찾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고문의 스탠스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만약 이 고문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조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놔야 할 정도의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온 것을 고려해 이 고문이 가족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조 회장에 힘을 실어주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과 해임 안건은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 참석률이 77.18%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39%가량의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총 참석률이 높아질 수 있어 양 측 모두 추가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한진가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 간 지분 차이가 박빙 수준인 만큼 주총을 앞두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 같다"면서 "조 회장 입장에서는 가족의 지지를 확고히 해 두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양측이 어떤 당근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이사회 진출 등을 통한 한진그룹 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한진그룹이 더욱 투명하게 경영될 수 있도록 측면 지원만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의 이러한 생각은 KCGI와 반도건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조원태 회장 측도 향후 한진그룹 경영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지배구조 투명화 등의 방안 등을 마련해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측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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