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 흐름은 다분히 선제적이다. 글로벌 자금 이동과 심리 변화, 경제 펀더멘털 이슈 등이 실시간 반영되는 종합판이다보니 주식과 채권 가격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일 때가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가 금융시장 전면에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이유 모를 급등을 했고, 패닉 양상은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 달 21일의 일이다. 이전부터 '우한 폐렴'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던 터였다. 설 연휴를 앞두고 시장은 소강상태에 가까웠다. 하지만 당일 오전 서울환시에서 달러-원 환율이 치솟기 시작하자 금융시장 전반의 상황이 급변했다. 달러-원 틱 차트만 보면 '플래시 크래시'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시간 상승폭이 무척 가팔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재료는 아니라는 인식에 알고리즘 매매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일 달러-원 환율은 결국 전일보다 8.90원 오른 1,167.00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01%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6.0bp, 7.3bp 급락했다.





(그림:2020년 1월21일 달러-원 틱차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패닉은 아직 진행형이다. 달러-원 환율은 '빅 피겨'인 1,200원에 육박했고 코스피는 2,100선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1.28%대까지 내려와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1.25%에 근접했다. 전일 패닉 양상은 다소 진정되는 움직임이었으나 아직 안정을 기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환율 안정이 급선무다.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경제 주체와 시장 주체가 환율 흐름을 우선으로 참고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 위기 등 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질 때도 금융시장 안정은 곧 환율 안정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달러-원 환율 1,200원 돌파가 임박한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투기적 수요로 환율이 움직이는 것이 많이 포착된다"며 "투기에 의한 쏠림이 있다면 시장 안정 조치를 단호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이날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투기적 움직임 등에 따른 환율의 과도한 한 방향 쏠림 현상이 확대될 경우 단호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경고했다.

고위 당국자들의 구두 개입과 실개입 경계 등으로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새로 진용을 꾸린 기재부 국제금융국의 실개입 타이밍과 물량 조절 스킬에 따라 시장 반응이 갈릴 것이란 의미다. 그나마 김성욱 신임 국제금융국장이 외환시장 개입과 실무 등에 잔뼈가 굵은 정통 국금 라인이라는 점이 시장에 무게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당국의 또 다른 축인 한국은행 국제국과의 팀 플레이 보강도 중요하다.

마침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효과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BOK경제연구 '우리나라 외환시장 오퍼레이션의 행태 및 환율변동성 완화 효과' 보고서를 보면 외환당국의 개입(오퍼레이션)은 일시적인 환율 충격에 효과를 보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1억달러 상당의 매입 오퍼레이션 시 환율 변동성은 0.003%포인트 완화됐다. 변동성이 가장 높은 80~99% 분위에서 환율 안정화 효과는 약 0.01%포인트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증 보고서까지 나온 터라, 당국의 개입 실무에 더욱 힘이 실릴 여지가 있다. 또한, 당국이 투기 세력에 대한 경고음을 높이고 실개입 강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국에 맞서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일 수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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