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상환 연기와 자산매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이 싱가포르를 거쳐 국내로 들어오면서 급격히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투자건을 잡으려는 국내 증권사의 경쟁과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합쳐지면서 투자 규모는 급격히 불어났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독일 헤리티지DLS는 당초 태국, 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약 2천억원을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국내에서 판매된 금액은 약 5천억원에 육박했다.

모집 예정이던 금액의 두 배 이상 자금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2017년 펀드가 국내에서 판매될 당시 독일내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GmbH;돌핀 트러스트)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권에서 개인 연금(SIPP)을 유치하고 상환을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처럼 자금이 많이 몰린 것은 증권사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했던 영향이 컸다.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고, 독일의 오래된 건물을 재건한다는 펀드의 내용은 유럽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은 국내 투자자들의 입맛에도 꼭 들어맞았다.

해외시장 IB전문가들은 당초 해외 부동산 관련 상품이 일반 투자자에 판매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IB담당자는 "이 펀드의 판매 규모가 급증한 것은 매월 경쟁사의 판매 규모와 수익률 등을 체크하면서 실적을 높이려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판매했기 때문"이라며 "해외 부동산 투자건수 중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내는 상품은 대부분 기관 투자자들을 통해 소화되는데 리테일까지 넘어갔다는 것은 1차에서 소화가 안됐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상품설명서를 보면 싱가포르 반자란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아시아권에 해당 펀드를 소개했고, 한국인 펀드매니저가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유럽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권에 펀딩을 한 것은 돌핀 트러스트로서는 신속한 자금집행을 위한 것이라고 판매사는 설명했다.

이자율이 14%로 높게 지급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비슷하다.

판매 증권사는 "독일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연 6~10%의 이자를 납부해야 하고, 바젤Ⅲ도입으로 약 3~4개월의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며 "사모펀딩을 활용해 자금을 모집하는 편이 금리, 시간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하는 이유도 "싱가포르 현지 세법에 따라 역외펀드인 AGPI펀드는 대출이 아닌 금융상품 형태여야 세금이 면제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지 시행사인 GmbH(돌핀트러스트)는 이미 독일 현지에서 자금을 빌릴 때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했던 회사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앞서 각국 연금 투자자들에 광고를 하면서 설명한 금리 수준 역시 2년간 24%, 1년 기준 12% 이상이었다.

투자자들은 저금리 기조인 독일에서 10%대의 고금리 상품이 나온 만큼 리스크요인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독일 시행사의 광고 및 안내자료를 보면 2년간 24%, 1년 기준 12% 이상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우리나라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독일에서는 위험성이 더 큰 대출이라 볼 수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할 때 연 7%로 독일 시행사에 대출을 해준다고 설명했는데 이런 하이리스크 상품에 대해 기초적인 이자율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syju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