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연 5%대 금리를 내세운 '하나 더 적금' 가입금액이 이틀 만에 2천억원을 돌파하자 내부에서는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찾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시스템이 지연되기도 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 더 적금'의 신규 가입 계좌는 전일 기준으로 83만7천93좌로 집계됐다. 가입금액은 2천315억원이다.

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은 27만6천552원이다. 가입자 대부분이 적금 가입 최대한도인 30만원으로 가입한 셈이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3.56%다. 그러나 온라인 채널 가입과 하나은행 입출금통장 자동이체 조건을 채우면 각각 0.2%포인트와 1.2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면서 최대 연 5.01%까지 금리가 올라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액 적립식 적금상품의 기본금리는 1.10~2.00%다. 우대금리를 고려하면 최대 4.30%까지 올라가지만, 이 경우 서민 전용 상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대면 가입 등 일반적인 우대조건만 적용한다면 평균 2.5% 안팎에 금리가 설정돼 있다. 하나은행의 금리는 이보다 두 배 많은 셈이다.

통상 수신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보유한 자금 현황, 시장 상황, 여기에 마케팅 전략을 더해 책정한다.

'하나 더 적금'은 이중 마케팅 전략에 포커스를 맞춘 상품이다.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된 만큼 활동성 고객을 선제로 확보하고 예대율 규제 시행에 맞춰 수신자금을 늘릴 수 있다는 점, 비대면을 활용해 젊은 층을 겨냥한 '유스(youth) 고객'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5%대 금리를 제공하는 수신자금은 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대출금리로만 비교해도 명확해진다.

지난달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50~3.45%, 서민금융을 제외한 일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13~5.10%로 나타났다.

이중 하나은행의 평균금리는 주택담보대출 2.86%, 신용 3.25%를 기록했다.

이번 특판적금으로 확보한 수신을 여신으로 운용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금리계산으로만 2% 가까이 손해인 셈이다.

내부에서는 계좌 하나가 늘 때마다 실적에는 4~5만원 정도의 영향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30만원 한도로 가입한 적금 고객에게 하나은행이 1년 뒤 지급할 이자는 세후 기준으로 약 8만2천650원이다. 연 2.5% 금리를 주는 다른 은행 적금의 만기 이자(4만1천242원)와 비교하면 4만1천408원을 더 줘야 한다.

여기에 예상을 넘어선 가입 수요로 온라인 접속 장애를 비롯해 내부 전산 시스템이 지연된 것도 불편을 초래했다.

온라인 접속 장애로 많은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방문했으나 일부 창구에서는 접속 문제 등으로 신규 적금에 가입할 수 없어 영업점 직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또 다수 영업점에서 100명 넘게 대기표를 뽑은 고객이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내부 전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사실상 다른 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했다. 고객 민원이 폭주하면서 혼란을 겪은 영업점도 있었다. 일부 지점에서는 특판 적금과 함께 다른 상품의 가입을 권하기도 했다.

하나은행도 사명 변경을 기념하기 위해 대고객 이벤트 차원에서 실시했으나, 이 정도로 인기를 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비대면 접속이 어려운 고객들이 영업점을 찾았지만, 내부 시스템이 멈춰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며 "신종 코로나 등으로 내점 방문이 뜸한 시기임에도 적금 가입을 위해 고객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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