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자년 새해 초부터 세계적으로 큰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미·중 무역 합의 호재는 벌써 잊혔다. 미국이 이란 장성을 드론 폭격으로 살해하면서 고조된 중동 긴장이 연착륙되는 듯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등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신종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는 데도 신종 전염병에는 속수무책이다. 국제 교류와 교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중국산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겨 조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고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신종 바이러스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그 여파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전이되는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견이 작년부터 있던 터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강력한 국가 통제력을 자신해온 중국 정부가 이번 신종 바이러스의 초기 방역에 실패한 데다 추후 과정이나 관련 통계에서도 불신을 자초한 모습은 경제력 외에도 과연 G2(주요 2개국)다운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성장률 하락뿐만 아니라 이 점이야말로 풀어야 할 중국의 숙제다.



G2 중 한 곳인 미국도 올해 대선을 통해 자산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2016년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데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승리한 선례가 있어서, 무소속이면서도 민주당 대선 주자 후보로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최근 부상을 간과할 수가 없다. 작년에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부자 증세 공약에 경기를 일으켰던 미 월가가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열풍에 울상을 짓고 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샌더스가 당선되면 미 정부의 적자를 기록적인 수준까지 늘릴 것이라며 주식과 장기채권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2발 불안이 커질수록 이를 해소할 해결사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인 구리 가격이 내려간 데 이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하락하는 등 비상등이 켜질 만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현 수준에서 불안이 봉합되면 다행이지만 더 심각해진다면 소위 세계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구원투수로 등판할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자산시장은 작년 보험 성격의 금리 인하를 세 차례 단행한 연준의 양적완화(QE) 재개를 노골적으로 바라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도 연준을 쳐다보는 분위기다. 현재 연준은 침묵하지만, 문제는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마이너스 금리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연준의 새로운 이사 임명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미 상원은 오는 13일 크리스토퍼 월러와 주디 셸턴 이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개최한다. 이 중 이전에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고문을 맡았던 셸턴은 연준이 성장 중심 정책을 훼손해서는 안 되고, 가능한 한 빨리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발언해왔다. 두 이사의 인준이 한 달 내 이뤄지면 오는 3월 17~18일로 예정된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부터 참석이 가능하며 트럼프가 총 7명의 연준 이사 중 6명을 지명하게 된다. 세계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과 미 대선, 자산시장의 고공행진, 경기 추세 불투명성 등이 서로 맞물리는 혼전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연준이 구원투수로 적기에 등장할지는 투자자들이 꼭 지켜볼 변수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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