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최근 나스닥지수를 쥐락펴락하는 주식은 시가총액 1위 애플도, 1조 클럽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도 아니다. 시뻘겋게 작열하는 '레드 핫(red hot)' 주식 테슬라다. 레드 핫은 카지노 게임에서 여러 번에 걸쳐 연이어 이기는 승자를 일컫는 말이다. 보기드문 승자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주당 650달러로 2월을 시작했던 테슬라는 단 2거래일 만에 90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장중 최고치는 968달러. 마디 주가를 단 이틀 만에 3번 갈아치웠다.

지난해 1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좋은 장에서도 테슬라는 완만한 'V'자형을 그리며 거의 오르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도 6월 3일, 176달러 저점에서 테슬라 주식을 잡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올해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테슬라 주가는 배 이상으로 올랐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 '메가캡' 시총에도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 주가는 2월 첫 거래일인 3일 19.89% 급등한 이후 4일에도 13.73% 올랐다. 하지만 5일에는 17.18% 급락했다. 테슬라답게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꽤 마음고생을 했을 테슬라의 팬들은 이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숏 베팅을 자랑하던 저격수들은 조용하다.

ARK 인베스트는 2024년 테슬라 목표주가로 7천달러를 제시했다.

거의 163만주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억만장자 투자자 론 배런은 10년 내 테슬라 매출액이 1조 달러를 넘고, 이후에도 끝이 아니라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런은 테슬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한주도 팔지 않겠다"고 했다. 평균 매입가가 219달러 정도라는 사실도 살짝 공개했다.

테슬라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는 쪽은 이익을 내기 시작한 사업 뿐만 아니라 테슬라가 녹색, 청정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테슬라의 사업 자체가 전기차, 태양·전지 등 최근 월가에서 뜨고 있는 환경, 지속 가능에 부합한다.

일부에서는 테슬라가 이런 흐름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라고 평가한다. 기후 변화를 위한 해결책을 실제 만들어낼 수 있는 전 세계의 유일한 회사라고 극찬하기도 한다.

월가는 테슬라 주가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아르고스 리서치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월가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은 808달러로 제시했다. 보고서가 나온 당일부터 테슬라 주가 급등세가 시작됐다.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테슬라 목표주가 평균은 40%나 낮은 수준이다.

주가가 거품의 영역에 접어들었으며 좀 냉정해져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나코드 제뉴어티는 테슬라 펀더멘털이 최근 주가 상승을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다만 목표주가는 750달러로 유지했고 "숏베팅을 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했다.

테슬라 숏 베팅 사실을 공개하며 저격수 역할을 했던 헤지펀드의 거물 데이비드 아인혼의 발언은 없다.

지난해 1분기 테슬라 숏 베팅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그는 작년 4월 테슬라의 안전이 미흡하다며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를 향해 "말 그대로 바퀴가 빠지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사실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7개월간의 기쁨이 전면적인 압박으로 돌변했다"는 지적 속에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던 테슬라의 숏 포지션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를 예견한 투자 전문가 스티브 아이스먼조차도 테슬라 하락 베팅을 포기했다. 2018년 7월 테슬라 숏 포지션을 처음 공개했던 그는 "누구에게나 고통의 문턱은 있다"며 얼마 전 숏베팅을 커버했다고 고백했다.

월가에서는 최근 주가가 급등하는 데는 이런 공매도 세력의 항복, 숏커버링, 그보다 더 급박한 숏스퀴즈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물론 최고가 랠리에서 소외당할지 모른다는 'FOMO' 심리도 더해졌다.

'테슬라 주가가 계속 치솟을 수 있다', '땅바닥으로 처박을 수 있다'는 팽팽한 대립은 옵션시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옵션시장은 변동성 베팅인 만큼 시장이 예상하는 단기 움직임은 엿볼 수 있다.

테슬라 주식을 지금부터 오는 21일까지 주당 900달러에 살 수 있는 콜 옵션의 가격은 약 95달러, 반대로 오는 21일까지 테슬라 주식을 주당 900달러에 팔 수 있는 풋 옵션 가격은 거의 100달러를 기록 중이다. 향후 13거래일 안에 주가가 거의 10% 오르거나 10% 내려야 손익분기점이 되는 콜옵션과 풋옵션의 팽팽한 힘 겨루기가 시작했다.

지난해 3~4월만 해도 테슬라를 보는 월가의 시각은 비관론만 가득했다.

테슬라의 떨어지는 주가만큼 월가는 목표주가를 빠르게 내리지 못했다. 공매도 세력들은 피 냄새를 맡았다. 펀더멘털은 점차 약해지고 주가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테슬라의 신용등급은 강등됐고, 4개월 이내 파산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돌발행동은 오락가락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실제 독점을 하거나 실제 매출을 일으키거나 실제 자금을 조달하는 기술 위너를 사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유동성 함정에 빠진 주식은 팔아야 한다"

테슬라를 비판했던 한 펀드매니저의 시각과 달리 현재 테슬라는 거의 독점에다 매출도 나오고 자금 조달도 되는 위너다. 경쟁력은 굳건하고 자금 흐름도 회복되고 있다.

'카드로 지은 집처럼 위태하다'는 평가를 받던 테슬라는 부활했다. 테슬라가 어떤 차트를 그려나갈지 주식시장의 모든 눈이 쏠려 있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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