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원인이 대부분 배터리 장치 결함이라는 정부의 조사결과에 LG화학과 삼성SDI가 "배터리와 ESS 화재는 인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SDI는 6일 입장자료를 내고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ESS 화재 배터리에서 불이 나기는 했지만 원인은 다양하다"며 "일반적으로 화재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점화원(열)과 불을 지속시키는 산소, 불을 확산시키는 가연물(연료)이 동시에 존재해야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휘발유도 성냥불 같은 점화원이 있어야 화재가 발생하지 휘발유 자체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휘발유에 불이 붙어도 원인은 다른 데 있듯,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고 해서 화재 발생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또 산업부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가 화재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의 배터리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조사단이 강원도 평창과 경남 김해 사이트에 설치된 배터리와 유사한 시기에 제조된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사이트의 데이터 및 제품을 요청했으며 이에 인천 영흥, 경남 합천에 설치된 제품을 전달했다"고도 했다.

이어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중인 배터리를 분석해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SDI는 또 "큰 전압편차는 배터리의 화재 발생 조건이 아니다"라며 "조사단이 주장하는 큰 전압편차는 충전율이 낮은 상태의 데이터로, 이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이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SDI는 아울러 "평창 사이트는 배터리 보호장치가 정상 동작했다"라며 "조사단이 제시한 운영데이터는 화재 발생 3개월 전 데이터이며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LG화학도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개월간 실제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다"며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과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조사단은 충남 예산 ESS 사이트 화재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시 나타나는 융용흔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해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으로,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됨으로써 배터리 내 용융흔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또 충남 예산 사이트와 같은 모델, 같은 시기에 설치된 인접 ESS 사업장에서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수거해 해체·분석한 결과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된 것과,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석출물이 형성된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해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해 저전압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안전성강화분리막(SRS)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리튬 석출물은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밖에 없는 물질이며 자체 실험을 통해서도 리튬 석출물 형성이 배터리 내부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또 경북 군위 ESS 사이트 화재와 관련해 "조사단이 배터리에서 음극활물질 돌기 형성을 확인했다며 화재 원인이 배터리라고 했는데 음극판과 분리막 사이 이물이 화재로 이어지는 결함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발견된 이물은 음극재 성분인 흑연계 이물로 SRS 분리막을 관통해 화재를 유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이어 군위 ESS 사이트 화재 발생시 지락(절연이 갑자기 저하돼 기기 외부 등으로 전류가 흐르는 현상) 차단장치 동작이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외부 요인에 따른 화재 발생 확률이 낮다는 조사단의 발표 결과에 대해 "이슈가 되는 9번 모듈은 지락이 발생했어도 배터리 상·하단의 전압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아 지락을 검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처럼 지락차단장치에 기술적 한계가 있어 화재발생시 외부 요인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