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자산운용사들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이 1조원 넘는 규모의 펀드환매 중단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지난달 알펜루트 자산운용마저 2천억원대의 펀드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부실한 운용과 유동성 문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환매 중단 사태가 자칫 운용업계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질까 우려된다.

사모펀드 시장이 불안하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환매중단 사태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진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매개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대출 관계가 얽혀있고, 증권사들은 위험회피를 위해 언제든 자산운용사에 회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미노 `펀드런'에 대한 우려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것도 금융회사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전 관계 때문이었다. 각종 파생상품의 가면을 쓰고 굴비처럼 자금 관계가 엮여있었고, 위험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우리 자산운용 업계와 증권업계가 그렇게까지 탐욕과 부실로 가득하진 않겠지만 이번 환매중단으로 시작된 신뢰의 위기를 쉽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최근 들어선 문제가 된 운용사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불거져 논란을 더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임원들은 펀드런이 일어나는 과정에서도 억대의 보수를 챙겼다. 라임의 이종필 부사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춰 투자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그의 행적을 찾아달라는 피해자의 글이 올라올 정도다.

문제가 된 운용사 중 일부는 피해자들로부터 각종 소송에 직면할 전망이다. 그러나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일부의 일탈로 운용업계 전체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위기에 빠졌다. 사모펀드의 개인 판매 잔액은 작년 7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작년 12월말 기준 사모펀드의 개인 판매 잔액은 23조9천억원으로 1천964억원 가량 줄었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한다는 큰 꿈이 열매를 맺기도 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운용업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운용사들 스스로 밥상을 걷어찬 격이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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