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시중에 돈이 느리게 도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경제활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통화 유통속도의 추이와 정책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서 세계은행 통계를 기초로 분석 데이터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2018년 총통화 유통속도 하락률을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의 유통속도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우리나라의 돈맥경화 양상이 OECD 16개국 중 가장 두드러졌음을 의미한다.

돈이 시중에 유통되는 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통화로 나눈 통화 유통속도로 측정한다.

우리나라의 총통화(M2) 유통속도(평잔기준)는 2004년 0.98에서 2018년 0.72로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였다.

한경연은 또 총통화 유통속도와 성장률·소비자 물가상승률간 관계를 시계열 분석하거나 2018년 기준으로 OECD 16개국에 대해 횡단면 분석한 결과 성장률·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돈이 시중에 도는 속도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돈의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돈의 회전속도가 느려진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2001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의 월별 자료를 기초로 GDP와 소비자물가, 시장금리 및 총통화가 유통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총통화 유통속도는 GDP 1% 증가 시 1.3%, 소비자물가상승률 1%포인트(p) 상승 시 0.8% 증가했다.

또 CD금리가 전년보다 1%p 높아질 경우에는 2.2%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통화(M2)가 1% 증가하면 유통속도는 0.96% 하락했다.

한경연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통화 유통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현금결제 대신 신용결제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화폐 보유에 대한 수요 감소 및 유통속도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이 통화유통속도에 플러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경제일수록 화폐보유수요가 줄고 시중에 화폐 유통속도는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예금 이자율 상승은 예금보유량 증가에 따른 총통화 증가로 연결되므로 유통 속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 전략실장은 "돈이 시중에 도는 속도가 OECD 16개국 중 꼴찌라는 것은 우리 경제의 체력이 크게 약화됐음을 의미한다"며 "세제와 노동시장 및 각종 규제 등을 기업 친화적으로 개선해 경제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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