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한국기업평가가 순이익의 3배가 넘는 현금을 주주에 배당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7년 관련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신평사 대주주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한 것을 정면으로 도외시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기평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380억원의 현금 배당을 결의했다.

이는 한기평이 지난 2018년 거둔 당기순이익 123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회사 총자산 1천203억원의 32%에 이른다.

과거 약 10년 동안 한기평은 연결 순이익 대비 65%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한 바 있다.

2019년 결산 기준으로 예상되는 연결 순이익 대비로는 200%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배당으로 과거 10년간 쌓아온 현금성자산이 한꺼번에 유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평의 이번 배당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미국계 신평사인 피치다. 피치는 한기평 지분 73.5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평사의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주주의 과도한 배당 정책은 과도한 국부유출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외국계 주주를 둔 신평사라고 예외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배당은 주주의 고유권한일 수 있으나 수년간 쌓아온 이익을 회사를 위한 재투자가 아닌 배당잔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의 이번 조치는 신평사 대주주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3월 과도한 배당 지급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신평사 대주주의 적격성 요건을 강화했다.

금융위는 개정안에 '신용평가사의 공익성과 경영건전성 및 건전한 시장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당시 금융위는 규제영향분석 보고서에서 "대주주의 영향력 등으로 신평사의 수익이 재투자되지 않고 배당으로 대부분 유출되고 있다"며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대주주가 등급을 적정수준보다 높게 유지하려는 유인을 보유함에 따라 등급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된 점에서 출발했다"고 시행령 개정 배경을 밝혔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 신평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81.3%로 글로벌 신평사의 21.0%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신평사 관계자는 "신평사의 고배당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기범 한기평 대표는 현금배당을 위한 이사회에서 "법무법인의 검토 결과 배당 가능 이익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자본 및 현금 규모를 고려할 때 향후 투자나 회사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익창출력이 견고하고 자회사인 인크레더블의 배당으로 인한 수익도 예정돼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결손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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