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2년에 걸친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교역 지형이 바뀌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교역 성장세는 타격을 입었지만, 소수 산업 부문과 국가는 일정 수준의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교역 성장세는 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의 4%와 2017년의 6%에 비해 크게 꺾인 수치다.

동시에 지난 40년 중 네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며 과거 경기침체 때 기록한 수치를 제외하면 가장 저조하기도 했다.

교역 성장세가 이처럼 부진했던 이유로 여러 요인이 꼽히지만 가장 큰 단일 요소는 미·중 무역 갈등이라고 분석가들은 평가했다.

양국은 각각 연간 2조달러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는 무역 강대국들이다. 이들이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교역 규모가 줄었고 다른 나라들로부터 구매한 상품으로도 교역 감소분을 보충하기엔 부족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기계류의 수입이 줄었고 미국은 중국산 전자제품과 산업제품의 수입량을 줄였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르기 라나우 차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불확실성이 없었다면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투자는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수입액은 중국이 지난해 590억달러 줄었고 미국은 420억달러 감소했다. 이런 수치는 양국의 교역 상대국이 덜 다변화했다면 더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5대 교역국 중 11개국으로부터 수입이 늘었고 4개국은 수입이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7개국의 수입이 늘었고 8개국은 수입이 감소했다.

반면 베트남은 두 무역 강대국 간 갈등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류 규모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베트남 수입액 중 약 3분의 1인 660억달러가 의류였다. 반면 미국은 휴대전화와 가구, 통신장비, 컴퓨터 칩 등의 베트남 수출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

독일과 일본은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의 어려움으로 오히려 피해를 봤다.

JP모건에 따르면 독일은 2017년엔 무역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증대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2018년에는 1.3%포인트 감소하게 만들었다.

일본 또한 지난해 수출이 5.6% 감소하며 3년래 처음으로 연간 출액이 줄었다. 대미 수출은 1.4% 줄었으나 대중 수출은 7.6% 급감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최악의 경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 외 지역에서 들여오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줄임에 따라 일본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중 무역갈등이 휴전인 상황에서 전 세계 교역 성장률은 올해 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IMF는 전망했다.

이 수치는 미·중 간 휴전이 유지되는 한편 주요 교역 상대국도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브라질이나 멕시코, 인도, 러시아 등 대형 신흥시장이 경제 발전을 이룬다는 전제 또한 깔려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올해 초 이들 국가의 제조업 지표는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WSJ은 "하지만 이런 수치는 대체로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 상황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바이러스는 세계 무역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던졌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는 적어도 일부 글로벌 공급 사슬과 무역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은 기정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신문은 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3천700억달러어치에 대해 여전히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세계 무역 환경이 금세 개선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로위인스티튜트의 벤 블랜드 동남아시아 프로젝트 디렉터는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제조업 부문에서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기승은 여전히 커다란 암초"라고 지적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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