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테마가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로 옮겨가면서 주식시장을 역관계로 추종하던 외환 시장이 디커플링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리스크오프에서 점차 통화 정책 이슈로 시장 관심이 이동해 달러화 강세에 대한 기대도 주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증권 시장에서 주가지수들은 지난 주 대부분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느라 바빴으나 국내 증시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 감염 확진자 수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출렁였고 달러-원은 지난 3일 1,198.50원까지 올라섰다.

특히 중국 춘제(春節·설) 직후 9%가량 크게 폭락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반등하면서 증시발 리스크온이 회복되자 달러-원은 재차 1,170원대 후반으로 내려서기도 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관련 헤드라인에 따라 동시에 움직이던 증시와 환시 간 민감도는 전일부터 저하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PBOC)이 대출우대금리(LPR)와 지급준비율(RRR·지준율) 인하 조치를 준비하면서 경기 부양 의지를 내세우자 신종 코로나 확산 자체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면서다. PBOC는 이미 수십억 달러의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경기 부진을 우려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 이슈가 다시 달러-원 주요 재료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연준의 추가 완화에 시장 베팅이 몰리면서 장기물 위주의 미국 국채수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졌으나, 미국 주식시장은 최고치 수준에서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간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1bp 내린 1.547%를 기록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국가 간 상이한 경기 상황 속에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상이한 대응 방안에 대한 기대가 혼재된 결과"라며 "유동성 효과가 현재 우려들을 누르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연초 이란 사태부터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또 미국 대선 이슈에 따라 경기 선행지수 반등과 유동성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주식 시장의 경우 더 오르기 위한 조정 장세를 거쳤고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가운데 이전 상승에 대한 되돌림이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된 후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하 기대 또한 되돌려질 수 있어 상반기 이후엔 달러 약세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환시 외환딜러들도 점차 주요국 양적완화 이슈로 시선을 돌리면서 달러화 강세 기대가 희석될 것으로 봤다.

국내보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환시 주목도가 더 높은만큼 달러-원도 증시보다는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움직임,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한 연계성을 높여나갈 전망이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그간 환시와 증시 간 상관계수가 높았는데 엇박자가 나면서 달러-원이 증시를 곧이곧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외환 시장 쪽에 더 크게 반영된 가운데 펀더멘털 우려로 증시가 잠깐 부진하더라도 중국 부양책과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에 대한 기대로 갭이 메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QE장'으로 시장 테마가 바뀌었다"며 "연준이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영향을 우려한 후 미국 국채 금리가 많이 빠지자 달러화 강세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그간 약세가 심했던 원화와 위안화에서 되돌림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앞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해선 중국 공장 재가동 이슈로 안도감이 커졌고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는 한 연준 이슈를 주목하면서 달러-원 상단도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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