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홈플러스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의 꿈을 사실상 접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2조원 규모의 인수금융 재조달(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면서 리츠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어진 데다, 신규 상장 리츠에 대한 고평가 논란 등 여전히 시장의 불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홈플러스 리츠(한국리테일 홈플러스 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해산한 이후 상장을 위한 재도전에 나서지 않기로 내부 입장을 정했다.

구영우 홈플러스리츠 대표가 지난해 말 롯데카드 금융채권본부장으로 이직하면서 사실상 홈플러스 리츠와 관련된 조직 및 담당자들도 모두 사라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리츠에 재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MBK파트너스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리츠 상장 계획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국내 첫 조 단위 공모 리츠에 도전했으나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가 당초 기대치를 밑돌면서 지난해 3월 상장을 철회했다.

당초 홈플러스는 올해 리츠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왔다.

임 사장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리츠 재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해외 로드쇼를 진행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전면적으로 해소 못 시킨 게 실패 원인"이라며 "그럼에도 직접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고 한국에서 리츠 시장이 꼭 열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쏠려 다니는 부동자금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외국 투자 자본을 가지고 올 수 있는 큰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일개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며 개인적으로 재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롯데리츠가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정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공모리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홈플러스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올해 다시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해 왔다.

리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약 1년간 공을 들여 상장을 준비해온 만큼 다시 역량을 집중해 도전해보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으로 2조1천500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리츠 상장으로 조달해 갚으려던 대출을 사실상 모두 연장했다.

MBK파트너스는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홈플러스가 소유한 6조원 규모의 대형마트 78개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MBK파트너스는 주어진 5년 이내에 홈플러스 점포 매각 및 세일앤드리스백을 통해 현금화하고, 배당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천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4조3천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했는데 이 중 2조3천억원을 상환했으며, 나머지 차입금도 굳이 리츠 상장을 재추진하지 않아도 충분히 회수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최근 리츠 상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여전히 대형 공모 리츠가 충분히 투자 수요를 모을 수 있을지를 확신하진 못하는 분위기도 홈플러스의 리츠 상장 재추진 의지를 꺾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츠가 지난해 흥행에 성공했지만 시장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만큼 리츠 투자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 "홈플러스의 경우 또다시 상장에 실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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