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적'으로 유지해왔다. 작년 7월 기준금리를 내리고서 그 스탠스를 일관되게 유지해왔기 때문에 추가 인하는 언제든 가능하다. 금통위가 열리는 2월이든 4월이든 시기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얘기다.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고 한동안 동결 기조로 가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긴축 스탠스로 돌아서지 않은 이상 금리 인하냐 동결이냐를 결정하는 타이밍은 금통위원들의 판단에 달렸다.

기준금리 방향에 민감한 채권시장은 당장 2월 금통위 때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우리 경제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근거를 든다.

JP모건이 2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를 25bp 선제적으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인하 기대에 불을 지핀 측면도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이은 하락세로 기준금리인 1.25%에 바짝 다가섰다.

그럼에도 한은은 금통위 직전까지 신중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경제 파장을 아직 가늠하기 어렵고, 이를 보여줄 만한 지표 발표도 2월 금통위 전까지는 없다.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좀 더 명확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잡기 대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른바 12·16 대책 발표 이후로도 가계부채가 증가세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금통위원들이 이런 금융 불균형 부담을 극복하고 과감히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월 금통위가 지나면 달 수로 두 달의 여유가 생긴다. 그때쯤이면 신종 코로나에 따른 경제 파장도 숫자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이번 금통위는 넘기고 두 달 뒤의 경제 상황과 지표를 보려는 심리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시장의 기대와 달리 2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도 찾아보기 어렵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발 때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메르스 사태가 불거졌던 당시에는 정부발 경제위기론이 유독 극심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도 이어졌다.

2015년 5월과 6월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식 행사에서 경기 회복세를 위해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그런 점들을 충분히 참고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정부의 메르스 관련 경제 대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는 오히려 경제 위기론의 설파보다 심리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종코로나는 살아나던 경제에 예기치 않은 타격을 주며 수출과 관광, 생산과 소비에서 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보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 불안으로 실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독려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포괄적 대책은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추경 편성에 나설 경우 한은도 정책 조합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입장을 참고하면서 후속 경제 파급력을 지켜보려 할 공산이 크다. 파월 연준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미 하원 증언에서 신종 코로나가 미국 경제에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코로나 발병의 잠재적인 경제 차질에 대해 추측하고자 하는 유혹을 억누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전망 경로를 유지하는 한 현재의 통화정책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신종코로나 사태에도 당장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이주열 총재와 한은 금통위는 그동안 완화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준금리 인하 카드는 언제나 열려 있는 셈이다. 다만 '금리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란 점을 상기해야 할 때다. 같은 내용이나 수단의 정책이라도 그 타이밍에 따라 작동하는 방식이나 파급 효과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2월일까, 4월일까, 아니면 뒤로 더 늦춰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추가 인하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시장 플레이어들이 많은 상황이라 이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한은 금통위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지난달 금통위 때 일부 지표 개선이나 부동산 대책 등에도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분명하게 밝힌 이주열 총재의 일관된 소통이 시장에도 녹아드는 분위기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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