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연초 뜨겁게 움직였던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에 들어서면서 늦은 동면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12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최근 3거래일 연속 음봉을 그리며 5일 이동평균선인 1,182원대와 60일 이평선인 1,173원대 사이로 갇히고 있다.

점차 주된 레인지가 1,185원에서 1,177원 사이에서 움직이며 기존보다 상하단이 낮아진 채 굳어지는 분위기다.

1월 초 중동발 리스크에 급등한 후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지난달 21일 이후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발 패닉이 이어지자 지난 3일 1,200원 부근까지 끌어올려 진 바 있어 움직임이 이전보다 둔해진 셈이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 관련 우려가 점차 경감되면서 1,190원대에서의 롱포지션이 대거 정리됐고 간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소 '모호한'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하면서 추가적인 중앙은행발 재료들을 대기하는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무역을 둘러싼 일부 불확실성이 최근 줄었지만, 바이러스 발병은 중국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고 나머지 글로벌 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면서도 "신종 코로나가 금리 관련 평가를 바꿀 정도인지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 다른 연준 인사들도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했다.

이와 동시에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함께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1,170원대 후반을 저점으로 상하단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인민은행(PBOC)의 경기 부양 움직임을 필두로 아시아 중앙은행의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실망에 따라 달러-원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셈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FX 연구원은 "포지션이 예상보다 너무 가벼워 1,180~1,193원 레인지에서 상하단이 다소 낮아졌다"며 "어제 호주 이슈가 해소됐고 이날 뉴질랜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포지션이 추가로 정리돼 달러-원이 크게 낮아졌으나, 1,180원이 깨지면 산다는 인식이 역내외 모두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RBA) 총재가 지난 5일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자 호주달러 약세가 나타났고 개장 전 나온 발언에 달러-원이 갭업 출발하기도 했다.

또 RBA는 지난 7일 공개된 통화정책설명서에서 과거 사스(SARS) 때보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며 신종 코로나 관련 경제적 파급 효과를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용과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양적 완화(QE)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이 기준금리를 현행 1.0%로 동결하자 뉴질랜드 달러는 1% 이상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 또한 1,170원대 후반으로 미끄러진 후 추가적인 재료를 대기하는 모양새다.

서울환시 외환딜러들은 신종 코로나 여파에 대한 실물 경제 타격이 지표로 나타나기 전까진 추가적인 급등장은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오는 27일 있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아직 변수로 자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딜러들 사이에서도 한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프라이싱했다고 보긴 어렵고 실제로 이 달 금리가 인하될 경우 원화에는 약세 재료가 되고 추가적인 정책 여력에 대한 우려로 달러-원이 다시 튈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미국 경제 지표에 아직 딱히 데미지를 입히진 않았으나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은 확실히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달 말 금통위를 대기하면서 그전까지는 1,190원 상단은 부담스러워 보이고 장중 뚜렷하게 악재가 불거지지 않는 한 현 수준에서 왔다갔다 하는 레인지 장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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