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그리스 10년 국채금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1%선 밑으로 떨어졌다. 한때 유로존 부채 위기의 진앙으로 꼽히던 그리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투자자가 점차 글로벌 채권시장 내 '위험 영역'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2일(현지시간) 그리스 10년 국채금리는 0.95%로, 지난해 12월 1.57%를 보인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는 "양의 수익률을 보이는 채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탐욕이 드러난 것"이라며 "유럽이나 기타 선진국 전반에 나타나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펀드 매니저를 채권시장의 가장 위험한 영역으로 내몰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거대한 거품이 그리스 금리를 과거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실제 그리스 10년물은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인 1.61%보다도 크게 낮다. 그리스 경제가 미국보다 훨씬 취약한 상황인데도 그리스 정부는 미국보다 더욱 낮은 금리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스의 국가 부채는 연간 경제 생산량의 180%에 달한다.

그리스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채 일부를 채무불이행했고, 유로존 부채 위기의 진앙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난 2018년까지 실시하기도 했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주변국 국채금리는 지난 몇 년간 계속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과 고금리물에 대한 시장 수요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포르투갈과 같은 나라의 국채 금리도 끌어내린 셈이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잭 맥인테어 매니저는 "그리스를 과대평가된 채권시장의 전형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확실히 공감받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위기 이후 그리스 경제가 안정된 것도 그리스 국채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그리스는 연간 2%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잭 맥인테어 매니저는 "그리스의 펀더멘털은 개선됐다"며 "우리는 그리스 채권을 보유했지만 너무 빨리 처분한 것으로, 이렇게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등급'으로 올라 ECB의 매입 요건을 갖추게 되면 금리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그리스는 주요 평가사로부터 정크등급으로 분류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오는 4월 그리스 등급을 검토하고, 무디스는 오는 5월에 평가할 예정이다. 피치의 경우에는 지난 1월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해 BB등급으로 조정한 바 있다.





<그리스 10년 국채 금리 최근 변동 추이>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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