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쿠팡 등 이커머스 공세에 밀린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지난해 참담한 성정표를 받아 들었다.

대형마트와 슈퍼는 적자를 냈고, 전문점 사업은 그나마 돈벌이가 된 백화점 수익을 깎아 먹었다.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가면서 유통 대기업들은 무너질 위기다.

이에 비효율 점포를 없애고 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지난해부터 전문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한 데 이어 이날 롯데쇼핑도 점포 30%를 정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었고, 이는 고스란히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냈고, 4분기에도 다시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각각 248억원과 1천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사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유통 부문의 대대적인 물갈이 임원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 점포를 없애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사업재편의 핵심은 백화점과 마트, 슈퍼마켓 부문의 동시 구조조정으로, 업태 경계를 넘나들며 수익이 나지 않는 중복되는 부문을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이러한 충격 요법은 신동빈 회장이 그동안 해왔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난 혁신적 변화를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 이어 지난달 열린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작년 10월 이마트 인사에서 첫 외부 출신 수장에 오른 강희석 대표의 첫 작품이다.

만물 잡화점 삐에로쑈핑 매장을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H&B 스토어 부츠도 점포별 수익성 분석을 거쳐 영업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자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역시 중복점포를 없애는 등 사업성이 높은 전문점의 상품·브랜드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다 이마트는 올해 점포 리뉴얼과 온라인 사업 확대 등 8천450억원을 투입해 외형성장은 물론 수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먹다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것을 어중간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단 하나의 역량을 확실하게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올해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7시 5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