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크레디트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불안심리가 채권시장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들이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진행하면서 이런 경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채권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최근 크레디트 채권 시장에서는 카드채 등 여전채의 인기가 높은 반면에 회사채는 수요가 많지 않다.

단기 국고채 금리가 하단에 도달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크레디트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시기지만,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이 크레디트물 가운데 회사채만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단기 국고채 금리가 더 하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전채는 수요가 커 완전히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됐다"며 "그러나 최근 기업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회사채는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도 "여전채와 달리 회사채는 거래가 뜸하다"며 "신용 등급 강등 등 소식에 회사채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매트릭스 통합(화면번호 4743)에 따르면 여전채인 카드채와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작년 12월부터 계속 확대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AA0' 등급 카드채(검정)와 회사채(빨강) 1년물 금리 추이. 아래 실선은 스프레드>



회사채 기피 현상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유통, 항공 등 우리나라 중요 산업 전반에 걸쳐 실적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개별 기업들에 대한 신용 등급 강등도 진행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LG디스플레이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A+'(부정적)로 강등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회사채 금리는 이 소식에 12일 17.6bp 급등했다.



<LG디스플레이 회사채 금리 추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2일에는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작년 대규모 적자를 낸 OCI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내렸고, 10일에는 LG화학의 기업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그동안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저금리 기조에 낮은 발행 금리를 누려온 기업들도 실적에 따른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피하기는 어렵게 될 전망이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전체적인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시장금리가 발행사에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실적이 점점 악화하는 가운데 업체 고유의 상황이 발생하면 금리에는 반영된다"고 말했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에 따른 우량 크레디트물 선호가 두드러질 수 있으나 우량기업들의 재무안정성 저하는 동일 등급 내에서도 기업별 차별화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국내 금리 인하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용위험이 크레디트 스프레드에 점차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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