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의 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로 일부 쏠림이 나타나고, 이에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사전 시그널을 명확하게 제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가 과도해지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이 총재는 14일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 확산할 지, 지속 기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려워 국내경제 영향을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표를 통해 (영향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가 회의를 앞두고 내놓은 원론적 수준의 모두발언과 결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오면서 채권시장 등에 큰 충격을 줬다.

이 총재는 모두 발언에서 "서비스업과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일시적인 자금수요 증가가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중 유동성을 계속 여유있게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을 언급한 만큼 통화정책 운용에서도 완화적인 기조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히려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짚고 나선 셈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 2월 금리 인하 베팅 물량이 되돌리면서 국채선물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3년물은 장중 30틱 넘게 추락했다.

이 총재가 금리 인하의 강한 시그널로 꼽히는 '모든 정책 수단'이 아닌 '구체적 금융 지원' 단어를 언급하면서 한은이 공개시장조작에서 지준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등 금리 인하 외에 다른 수단을 택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또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며 현재는 경기가 바닥을 지나 회복하고 있다고 한 경기 진단에서도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를 되돌리려는 이 총재의 의지가 읽혔다.

이 총재는 또 "금리 인하와 비전통적 방식을 결부시킬 상황이 아니"라며 "금리가 하한에 도달한 상황이 아니고 금리 정책에 여력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비전통적 수단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다"며 추가적인 완화 정책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아직까지 금리 인하 기대를 유지하고 있는 참가자들은 정부의 압박 가능성을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후부터 이 달 중순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데 따라 재정정책뿐 아니라 통화정책과 정책 공조가 중요해진 만큼 경제 수장들의 회동 자체가 금리 인하 신호라고 해석하는 쪽도 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시장이 민감히 반응하고 있어 당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금융시장에 대해 "변동성이 확대됐다가 지금 다소 안정적이나 재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사전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당국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지난 5일 있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도 홍 부총리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이 총재가 코로나19 사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발언했고 홍 부총리도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면 이 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인하 가능성에 1,180원 아래에선 경계성 매수도 있겠지만 금리 인하가 이뤄지는 금통위 정도엔 고점 매도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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