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고의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네이버 창자인 이해진 GIO의 총수 지정을 두고 공정위와 네이버는 갈등을 빚었고, 공정위는 결국 이 GIO를 네이버의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동일인은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오너로, 공시 대상 자료 등을 허위로 제출할 경우 동일인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공정위는 16일 공시대상 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이해진 GIO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자료는 2015년에 제출된 것으로, 이해진 GIO와 친족, 네이버가 50% 혹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했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2017년 9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당시 이해진 GIO가 동일인으로 지정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해진 GIO가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네이버를 총수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봐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총수 지정을 피하고자 했다.

네이버는 해외 사업 등에서 적잖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해진 GIO가 네이버의 실질적인 오너로서 각종 법적 책임과 규제를 회피하려고 의심했다.

네이버가 지정자료에서 일부 계열사를 누락한 것도 동일인 지정을 회피하려는 시도였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2015년에는 허위제출 의도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후 내부 분석자료 등을 판단해보면 당시 이해진 GIO가 동일인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인식이 있었고, 동일인(이해진 GIO)이 본인회사, 친족회사를 해당 회사 관계자에게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데도 그런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자료 허위제출, 계열회사 누락으로 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될 경우 더 강하게 제재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명백한 계열사 누락의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와 연결될 수 있어 지정 제외 사례 못지않게 중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주로 경고 조치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네이버 측은 "2015년에는 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이 전혀 없는 예비조사 단계였다. 누락된 자료가 제출되더라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자료를 제출할 당시 네이버의 자산총액은 5조6천억원이었으나 제출 직후 NHN엔터테인먼트가 계열에서 분리되면서 3조4천억원으로 줄었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3조5천억원 미만의 경우 약식으로만 확인하고 3조5천억원 이상 5조원 미만은 친족, 임원 보유회사 등을 추가해 5조원 이상 기업과 동일한 자료를 제출받는다.

정창욱 과장은 "지정 전이라도 친족, 비영리법인 현황을 통한 검증이 어렵다는 취지지 소속회사 현황은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로 이를 누락하는 것까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명백한 계열사 누락을 제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총수 지정을 두고 공정위와 기업이 갈등을 빚은 사례는 네이버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 공정위는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을 이례적으로 변경 지정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 롯데는 고 신격호 당시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이 됐다는 이유였다.

당시 두 기업 공히 기존 동일인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년에는 한진그룹이 총수를 누구로 세울지 내부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지정하기도 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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