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낸 유통 대기업들에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유통사들은 대대적인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과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경쟁 심화 등으로 올해도 실적 회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적 악화로 인해 재무구조까지 나빠지면서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마트와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국내 빅3 유통사들의 지난해 실적을 점검한 결과, 3개사 모두 예상치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고 진단하고, 향후 재무관리 수준을 모니터링해 올해 정기평가에 반영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냈고, 4분기에도 다시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천507억원으로 전년보다 67.4% 급감했다.

창사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매출액은 4.9%로 한기평이 제시한 등급 하향 검토요인이 되는 'EBITDA 대비 총매출액 6% 이하'에 이미 도달했다.

한기평은 이마트가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 집객 증대를 위해 '국민가격' 등을 통해 초저가 전략을 펼쳤지만, 오히려 지난해 기존점 매출이 3.4% 감소하는 등 기대보다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하던 트레이더스도 하남점 상권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이 저하됐고 온라인사업부 SSG닷컴 역시 800억원 대의 적자를 봤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천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감소했고, 8천5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각각 248억원과 1천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온·오프라인에서의 가격 경쟁, 점포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 컸다.

한기평은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부진한 임차 점포들의 영업 효율화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사용권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오프라인 투자를 현금창출력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어 대규모 지분투자나 개발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마트가 주력사업인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뉴얼 점포들의 매출 증가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경쟁사 대비 자본 규모가 작고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으로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실적 저하가 경쟁사 대비 두드러질 수 있다고 한기평은 내다봤다.

한기평은 이들 유통업체가 점포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온라인 사업 강화 등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실적 개선을 거두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매출 감소의 주원인이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발달에 따른 생활 습관의 변화인 점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포털사이트와 제조업체 등이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8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지 6개월 만이다.

주력사업인 대형마트의 이익창출력 약화와 온라인과 전문점 사업의 적자, 지속적인 투자에 따른 차입금 확대 등을 등급 강등 이유로 꼽았다.

나이스신평은 롯데쇼핑 역시 등급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통사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영업환경 또한 악화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재무 안정성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는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이스신평 관계자는 "향후 상세한 손상차손 내용과 재무제표 세부내역을 살피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실시계획 수립 및 실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2분기 중 신용평가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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