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외국인 투자자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도 서울 채권시장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늘려 주목된다.

중국 경제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과 외국인의 위험 감내(Risk tolerance) 수준이 국내 투자자들보다 높다는 점 등이 매수 배경으로 꼽혔다.

1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확산할지, 지속 기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려워 국내경제 영향을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국내 기관들은 국채선물 매도 주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국채선물은 각각 3년 23틱, 10년 58틱 급락한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다만 이런 흐름에서도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의 매수 포지션을 늘렸다.

외국인은 당일 3년 국채선물을 총 5천619계약 순매수했는데, 이 총재의 매파 발언이 전해진 정오 이후에도 2천300여계약 더 사들였다.

모두발언에서 이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모든 수단'이 아닌 '제조업에 대한 구체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에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을 지속한 배경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펀더멘털 전망을 꼽았다.

당장 이달 금리 인하는 어렵겠지만, 코로나 19에 따른 중국 경제 악화가 결국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고,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모건 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 19 충격이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을 최소 0.8∼1.1%포인트(전년 동기 대비 기준)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19가 2∼3월 중 정점을 찍은 뒤 정상화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전제한 추정이다.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를 고려하면 상당 수준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펀더멘털상 다음 주가 아니더라도 금리 인하는 시간문제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총재 발언에 가격이 급락한 시점을 매수 기회로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 차익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감내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매수 배경으로 지목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달러를 원화로 교환할 때 이익을 얻게 되는데, 이 수익이 손실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전 거래일 1년 만기 FX 스와프 포인트는 전일 마이너스(-) 10.30원을 나타냈다. 전 거래일 종가(1,183.00원)를 고려하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것만으로 87bp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외국인 자금이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위험 감내 수준이 다르겠지만, 달러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하나의 버퍼가 생긴다"며 "국내 투자자들보다는 여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이 1년 만기 통안채를 매수하면 채권 수익률에다 스와프 레이트를 더해 2% 정도 수익을 거둔다"며 "유동성 있고 안정적인 투자자산 중에서 이 정도 수익률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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