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연일 확산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은행들의 대비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이 산업 부실과 함께 금융권에도 동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내 현지법인을 둔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에 기업은행까지 총 5곳이다. 베이징과 천진 등에 자리한 이들 법인은 중국에 투자·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금융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거나 중국 기업 등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이들 은행 중국법인의 대출금과 유가증권 자산은 211억6천6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이 대출금과 유가증권 모두 가장 많아 84억달러를 넘기고 있다. 뒤이어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순이다.





은행권의 중국 내 자산에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천700여명에 달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넘어섰고 확진자는 7만명을 웃도록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망자가 줄어드는 추세가 다시 반전되면서 통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중국 내 경제 위축이 심해지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0.5~1.2%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산업생산과 소비가 모두 감소해 제조업, 서비스업이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실물경제는 강력한 이동규제와 외출 자제·조업 중단 장기화 등으로 관광, 운송, 소매 및 음식 등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동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사스 사태 때는 소비둔화를 투자확대로 보완했으나, 현재 중국은 투자 디레버리징 중이어서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방역과 함께 자산 부실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중국 경제 부진이 이전부터 감지돼 자산이 감소하는 점은 위안거리로 지목됐다. 현지에 법인을 둔 은행들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1년 새 12억달러 이상 줄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NPL)은 3년 연속 하락했다"며 "자산 감소에는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국내기업 추종식 영업전략이 일정 수준 한계에 직면한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이 금융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쳐 현지 기업들이 우리나라 은행을 잘 이용하지 않는 등 영업이 쉽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산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경영이 악화하는 기업이 나온다고 해도 중국에서 긴급 금융지원을 하는 만큼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여신관리에 상당히 보수적인 탓에 수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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