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세계은행이 3년 전에 발행한 전 세계적 전염병 대응을 위한 전염병 채권(pandemic bond)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2014년 에볼라 발생 초기 자금이 모자라 제때 대응하지 못해 1만1천명의 사망자를 낸 것을 교훈으로 삼아 세계적 전염병에 신속 대처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2017년에 첫 전염병 채권을 발행했다.

채권의 만기는 3년이며 종류는 2가지다.

하나는 2억2천500만달러 규모로 발행된 금리 8%가량의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용 채권이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9천500만달러 규모의 에볼라나 고열병성 바이러스 등을 퇴치하기 위한 채권으로 금리는 거의 13%에 달했다.

이 두 채권의 만기는 올해 7월 15일이다.

채권 수익률이 매우 높아 매력적이지만 전염병 대유행 시 세계은행의 '유행병 긴급 자금 조달 창구'(PEFF)에 자금 지급이 촉발돼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된다.

다만 신종코로나로 중국에서 사망자가 1천명을 넘고 확진자가 7만명을 넘어섰음에도 만기일까지 자금 지급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금 지급의 기준이 너무 높아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 전염병이 되더라도 자금 지급이 안 돼 전염병 퇴치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2018년 콩고에서 발병한 에볼라로 2천200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나 이때도 전염병 채권의 자금 지급은 촉발되지 않았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콩고 이외 제2의 국가에서 사망자가 20명에 달해야 한다는 자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콩고는 아프리카에서 면적 기준 가장 큰 나라다.

세계은행에서 33년을 보낸 하버드 글로벌 헬스 연구소의 올가 요나스 선임 연구원은 전염병 채권은 전염병 발생을 막거나 유행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홍보용 술책(publicity stunt)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염병 방지를 위해 변화를 만들어낼 정도로 자금이 빨리 지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래리 서머스도 이를 "재정적 바보짓" 혹은 "당황스러운 실수"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신종코로나의 경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염병 채권에 투자한 베일리 기포드의 스콧 로디언 매니저에 따르면 전염병 채권이 자금 지급을 촉발하려면 최소 12주간 전염병이 지속하고, 확진자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중국 이외 지역에서 최소 20명의 사망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로디언은 해당 채권이 현재 발행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자금 지급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최소 두 나라에서 사망자가 250명에 달할 경우 최소 5천600만달러의 지원금이 지급되며 보상금은 사망자 수와 확산 국가에 따라 최고 1억9천600만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

로디언은 자금 지급 기준이 충족돼 보상금 촉발이 이뤄져야만 해당 채권이 성공적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지급 기준이 낮아지면 이 같은 채권을 발행하는 데 더 큰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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