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채권시장이 미래 수익을 왜곡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채권시장이 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일 수도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채권이라는 자산이 다음 경기 침체기에는 주가 하락에 따른 보호망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지난 20여년간 채권은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며 투자자에게 무상의 보호망을 제공했다. 이제는 이런 채권과 주식의 '윈윈' 전략이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WSJ은 지적했다.

매체는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나는 곳을 살펴보라"며 "지난달 주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공포로 갑자기 하락했고 대부분의 국채 금리도 떨어졌지만, 독일이나 스위스의 금리 낙폭은 훨씬 제한됐다"고 전했다.

실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미국 10년 국채가 지난 2주간 3% 올랐지만, 독일 10년 국채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심지어 해당 기간 독일 주가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보다 낙폭이 컸다.

세계에서 채권 금리가 가장 낮은 스위스에서는 10년물 국채 가격이 2주간 불과 1.2% 상승했다.

WSJ은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약간의 한계가 있어야 한다"며 "금리 하락에 따른 잠재적인 미래 이득은 그런 경계에 따라 제한되겠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적인 미래 손실은 그대로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여력이 제한되는 만큼 금리 상승과 하락에 따른 미래 수입 반영에 왜곡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매체는 "금리가 하한선 경계에 접근하는 데 따라 주가 하락을 상쇄하며 만들어내는 자본 차익도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패턴은 지난 2015년 초반 독일 10년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며 시작됐다. 그전까지는 독일 주가와 채권의 반대 경향이 미국 시장보다 훨씬 강했지만, 2015년부터 두 자산의 상관성이 떨어지게 됐다.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전략가는 "금리는 -1% 부근에서 강한 바닥이 형성된다"며 "중앙은행들은 현금 제도를 폐지하는 폭발적인 움직임 없이는 정책 금리를 (여기서) 더욱더 크게 낮출 수도 없다"고 내다봤다.

WSJ은 "-1%가 정확한 한계라고 확신할 방법은 없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가기 전까지 모든 사람은 0%가 한계라고 봤다"면서도 "국채 금리가 붕괴하면서 많은 대형 투자자는 다른 자산으로 이미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채권이 다음 침체기에 보호망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매체는 "투자자가 경기 둔화기에 도피할 곳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주요 중앙은행의 계획에도 들어맞는다"며 "중앙은행은 투자자가 더욱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 주식과 회사채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신규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돕기를 바란다"고 해석했다.

WSJ은 "투자자는 마이너스 폭이 매우 큰 금리가 포트폴리오 헤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난 수십년간 무상 보호망을 제공하던 채권에 대한 투자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리의 하방 한계는 추측의 문제지만, 금리가 마이너스 폭을 키울수록 주식 손실에 대한 보호망으로써의 채권 효율성은 더욱더 떨어진다고 매체는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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