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의전서열 변화로 조직 긴장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그룹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자회사의 의전 서열에 변화를 주면서 조직 내 미묘한 긴장감이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랜 시간 조직 내 주역이었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서열상 우선 순위를 신한캐피탈에 넘겨준 것을 두고 자본시장을 대하는 그룹의 방향성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기존 '은행·카드·금투·생명·자산운용' 순서의 자회사 의전서열을 '은행·카드·금투·생명·오렌지·캐피탈·자산운용' 등으로 일부 조정했다.

의전 서열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자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그룹 회의체 개수가 늘어날수록 그룹 경영에 미치는 '입김'도 세진다.

자산 규모나 수익성을 고려할 때 오렌지라이프의 등장은 당연한 일이다.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2월 자회사로 편입된 오렌지라이프 직원들에게 조직 내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약속했다.

하지만 신한캐피탈의 달라진 서열을 두고 내부에서는 '격세지감'을 이야기한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경영 승계 구도에도 반영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5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작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총자산 10조원 이상 자회사만 가능했던 그룹 CEO 육성 후보군에 GIB·WM·글로벌·GMS 등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사업부문장을 경험한 자회사 CEO를 추가했다.

그간 신한금융의 경영 승계 구도를 논할 때는 최근에 편입된 오렌지라이프(33조원)를 제외한 신한은행(477조원)·신한카드(32조원)·신한금투(74조원)·신한생명(34조원)·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50조원) 사장단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제는 자산규모 8조원의 신한캐피탈 사장도 GIB 사업부문장을 지냈다면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자산규모 10조원 미만의 자회사 중 그룹 사업부문제에 참여하는 곳은 신한캐피탈이 유일하다. 그만큼 신한캐피탈이 그룹 자본시장 비즈니스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는 얘기다.

신한캐피탈은 GIB 구성원이 되며 정체성이 달라졌다. 리스 등 전통적인 캐피탈 비즈니스 대신 국내외 대체투자, 구조화 금융 등 투자은행(IB)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금은 신한카드의 홀세일 영역도 넘보고 있다.

IB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영업은 그룹의 위험자산이 급증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덕에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1천260억원(연결기준 1천3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2년 연속 1천억원대 실적을 냈다. 경쟁사인 KB캐피탈(1천170억원)도 처음으로 넘어섰다.

반면 자본시장의 한축을 담당했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존재감은 다소 희미해졌다. 회장과 행장을 배출한 자회사라는 자부심은 여전하지만, 50조원의 자산으로 낸 연간 당기순이익은 연결기준으로 150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은 20년 전 선진자본을 배우고자 전략적투자자(SI)인 BNP파리바와 손을 잡았지만, 한때 10%에 육박했던 이들의 지분율은 현재 3%대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양측 모두 언제가 될지 모를 이별을 준비 중이다. 이미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새 주주로 맞이하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같은 글로벌 사모펀드와 협업을 늘리는 신한금융에 BNP파리바는 '구문'이다.

그간 국내 은행계열 금융그룹 수익의 절대적인 축은 리테일 기반의 여신자산 확보에 있었다.

하지만 여신에 기반한 성장은 경기 사이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저성장·저금리 환경 속에 마주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취임 이후 줄곧 비은행, 특히 자본시장 역량 강화를 강조해왔다.

조 회장의 2기 체제 시작과 함께 달라진 자회사 서열의 변화는 이러한 방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해 국민은행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넘겨준 신한은행은 올해 보수적인 성장을 강조하며 실적 목표치를 지난해 보다 낮췄다. 대신 지난해 악화한 업황 속에서도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며 5천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신한카드에 은행의 두배 수준의 여신 성장률 목표치를 주고 은행 이자 이익의 틈을 메우도록 했다.

라임 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으로 사실상 초대형 IB로의 도약이 요원해진 신한금융투자를 대신해 GIB은 그룹의 비이자이익을 책임지게 됐다. 신한캐피탈은 이 과정의 최대 수혜자다.

신한금융 그룹사 관계자는 "전통적인 자본시장 플레이어였던 금투나 자산운용이 아닌 캐피탈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본시장에서도 리테일 기반의 WM 보다 IB의 수익성이 커지고 있다.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보강하며 역량 강화에 집중해 온 조 회장의 방향성이 고스란히 묻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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