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의 관변 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약속한 미국산 제품 구매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때문에 중국 경제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변 경제학자 단체인 중국 금융 40포럼의 쉬치위안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기고문에서 중국이 2017년 기준 2천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부담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선임 연구원인 쉬는 "가능하다면 중국은 적절하게 구매 계획의 이행을 늦추는 안건을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성장률이 4%에서 많게는 2%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에서는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제조업 및 수출 중심지인 광둥성과 저장성에서도 1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공장들이 재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캐파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상하이 미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것을 보면 미국 공장의 거의 80%가 생산라인에 노동자들을 배치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쉬 연구원은 "미국산 항공기 구매는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항공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생산이 전면적으로 재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산 기계류와 전자 장비, 그리고 에너지 구매는 지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모두가 코로나 19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다면서 이는 1단계 무역합의의 '불가항력 조항'을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쉬 연구원은 SCMP를 통해 "양국이 이를 놓고 협상을 하기로 한다고 해도 상당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일단 이 안건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위기를 양국 간 의료 협력을 제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미국산 의약품 구매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단계 무역합의는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발효됐으나 중국은 아직 제품 구매 연기 요청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염병 사태에도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중국 인민대학교 위춘하이 경제학 교수는 바이러스가 중국 내 인구 흐름에 영향을 미쳐 중국 정부가 미국에 제품 구매 연기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러스로 인한 단기적 경제충격이 명백하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사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국은 협상을 더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줄다리기를 할 것이며 미국은 아마도 제품 구매 연기를 대가로 다른 요구를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