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저축 추세…저성장·저금리 고착화 우려

연준, 침체 때 대응 카드 줄어들 위험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밀레니얼은 게으르다고 말한다. 조기 은퇴해서 그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라"

이는 작년 15개 미국 주요 도시에 걸린 푸르덴셜 광고판의 카피다.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해당 광고에 적힌 카피는 30살 청년에게는 환상일지 모르지만,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는 악몽(nightmare)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젊은 세대들이 조기 은퇴를 위해 공격적으로 저축에만 매달릴 경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퇴직금을 쌓기 위해 소비를 줄이게 되면 수요 둔화로 저성장이 초래되고 결국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당국은 또다시 금리를 내려야 해 저금리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 여기에 조기 은퇴는 노동력을 감소 시켜 경제를 더욱 짓누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24세에서 39세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은 기존 세대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 기대의 하락은 연준의 금리를 더욱 낮춰 금리 인하 여지를 줄이게 된다.

물론 젊은 세대의 조기 은퇴 바람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이는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조셉 가뇽 이코노미스트는 타임스에 "이런 흐름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라며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의 조기 은퇴는 직접적으로는 저축을 증가시키고 이들을 위한 공장이나 사무실에 대한 투자 수요를 줄일 수 있다며 경제에 이중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지난 수년간 하락세를 보여왔다며 이는 인구통계학적인 이유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티. 로우 프라이스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401K를 이용하는 밀레니얼 근로자 중에서 43%가 65세 이전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40세에서 55세인 X세대의 35%가 65세 이전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밀레니얼 세대의 조기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서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운동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하자는 운동으로 적어도 40대에는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2017년 파이어 운동에 동참한 스콧 리켄스(36세)는 40대 초반에 은퇴하기 위해 170만달러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수입의 50%를 저축하고 있다고 타임스에 말했다.

이들의 저축 경향은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저축자들의 25%가량이 10만달러 이상을 저축했다. 이는 2018년에는 10만달러 이상을 저축한 밀레니얼의 비중이 16%에 그친 것보다 많아진 것이다.

이들의 저축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령층 증가와 연금 부족에 대한 경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기를 겪은 경험 등이 이들의 불확실성을 가중했다.

하버드 대학의 래리 서머스는 구조적 장기침체론으로 저성장, 저인플레를 대중화시켰으며 밀레니얼 세대는 이를 학습한 세대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저축 증가로 나타나고, 소비의 축소는 기업의 투자 축소로 이어져 생산성을 저하한다. 고용주들은 생산성 저하로 임금을 낮추고 이는 소비를 더욱 위축해 경제를 악순환에 놓이게 한다.

타임스는 은퇴 저축이 경제 위기와 저금리를 초래하는 유일한 동인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불평등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소수가 되는 현대 사회, 기술개발이나 노동력 감소 등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높은 저축률로 발생한 저금리가 경제를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앞선 침체기 이전에 5%를 넘어 경기침체기에 대응해 금리를 여섯 차례 25bp씩 인하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1.5~1.75%에 불과하다.

연준은 향후 침체기에 대규모 양적 완화 등을 다시 꺼내 들 수 있지만, 이것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만약 금리가 현저히 낮아진다면 연준 당국자들은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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