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진짜 무역분쟁은 대두 문제가 아니라 항공기 엔진과 관련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우려가 사그라질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했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짜' 무역분쟁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일 보도에서 제너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이 코맥(Comac·중국상용항공기 유한책임공사)에 항공기 엔진을 더는 팔수 없게 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엔진은 중국 자체 제작 여객기인 C919에 들어가지만, 미국은 중국이 엔진을 역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더 많은 자국 제품을 사서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산 부품의 공급을 제한해 지식재산권 및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체는 "투자자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진짜 무역분쟁은 중국이 얼마나 많은 대두를 사느냐보다는 화웨이와 CFM과 훨씬 더 관련이 크다"고 말했다.

C919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에어버스나 보잉 등은 여전히 자사 여객기인 A320네오나 737맥스 등보다 중국의 여객기가 한 세대가량 뒤처져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코맥은 엄청난 재원을 여객기 개발에 투입할 수 있으며 국내 항공사 역시 소유하고 있어 수주 역시 확보가 가능하다. 이미 1천 대 이상의 수주를 확보했다.

엔진은 중국 항공산업의 자립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지만 여객기 부품 가운데 복제가 가장 어렵다.

아직 중국의 능력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지만 엔진 전문 국유기업 중국항공발동기그룹(AECC)이 대체품을 이미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항공기 엔진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서도 자국 업체와 해외업체의 합작사 설립을 의무화해 외국 기술을 이용할 수 있었고 자국의 빅4 자동차업체를 키울 수 있게 됐다.

또 미국의 거대기술기업인 아마존닷컴이나 페이스북을 차단해 알리바바와 위챗 등 자국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WSJ은 교과서 이론에 따르면 중국은 저부가가치 상품에 집중해 성장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지만 이제는 동아시아 국가의 발전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술을 받아들여 더 복잡한 제품을 만들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식재산권 절도와 '행동을 통한 학습', 그리고 비용을 줄여 해외 시장에 진입하는 세 가지 방법을 모두 동원해 서방 기업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GE나 보잉은 또 미래의 경쟁자를 키우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해도 중국 시장이라는 기회를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무역적자를 둘러싼 분쟁과 달리 이번 이해관계의 충돌은 악수하는 합의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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