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기준금리 인하로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 인하의 체감 효과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관적인 근거 외에도 한은의 금리 여력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은 기준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 우려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 기준금리 내린다고 쇼핑할까…체감효과는 갈수록 감소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채권시장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하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데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사람들이 집 밖에 나가 소비를 할지는 의문"이라며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의 절대 수준이 낮아질수록 인하 효과가 제한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25%로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일례로 금리 인하폭이 같은 25bp라고 해도 금리가 5%에서 4.75%로 낮아지면 대출자가 이자에 대해 느끼는 부담이 크게 경감되지만, 0.5%에서 0.25%로 내려가는 경우는 체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레벨이 1% 이하 수준에서는 체감하는 금리 수준이 무차별할 수 있다"며 "대출자가 돈을 빌릴 때 0.1%든지 0.8%든지 금리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것과는 별도로 부동산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유동성 통제는 금리 인하의 효과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는 작년 12월 시세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 원 초과 주택은 초과분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비율을 40%에서 20%로 낮추는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또 이번 달 내로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을 겨냥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 2~3차례 남은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유동성 함정' 우려

기준금리 인하가 민간 심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직관적인 이유 외에도 한은의 통화 정책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은 유동성 함정 우려를 일으킨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경제 주체들은 기준금리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가질 때 채권 대신 화폐 보유를 늘린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의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금리를 인하해도 화폐 보유가 무한정 늘어나고, 소비와 투자는 증가하지 않아 경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된다.

현재 채권시장에서도 올해 내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동시에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를 예상한 작년과 달리 올해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기준금리(검정)와 국고채 3년물 금리(빨강) 추이>



실제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25%로, 25bp씩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0%에 도달할 때까지 총 다섯 차례의 인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이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0%에 가기 이전에 금리 인하의 효과가 사라지는 '실효하한'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2~3차례로 제한된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기축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은 금리가 0%로 갔다"면서도 "우리는 기축통화국보다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현재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데 한국은행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없지는 않지만 현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인지를 한은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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