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HSBC가 3년 안에 인력의 15%인 3만5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으나 여전히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고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1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HSBC가 발표한 계획에 투자자들이 실망하면서 런던증시에서 HSBC 주가는 6%나 폭락했다.

매체는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HSBC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모든 상황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는 것이 (실망한) 부분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HSBC는 수익성 지표인 유형자기자본수익률(ROTE) 목표치를 10~12%로 정했는데 이는 기존의 11%와 다를 것이 없다.

더 안 좋은 것은 2021년과 2022년에 자사주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누미스 증권의 톰 레이너는 투자자들은 HSBC가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어 HSBC가 현상 유지만 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통상 HSBC를 방어주로 보고 예상 가능한 수익을 내는 주식으로 보고 있지만, 전망이 너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HSBC가 90%의 이익을 내는 아시아 지역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한기를 느끼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초래한 혼란으로 성장률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1분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비용이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지만 비용은 더 커지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홍콩과 중국 본토의 대출 부실이 더 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도 취약하며 유럽 지역은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의 마진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더 크게 우려하는 것은 HSBC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제프리스의 조지프 디커슨은 이번 구조조정이 HSBC에는 비대한 미들 오피스에 대해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칼을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15년에도 50억달러 비용 절감을 목표로 칼을 들었으나 45억달러의 구조조정 비용 지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HSBC가 비슷한 규모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비용만 7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을 늘리는 것은 더 어렵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특히 비용을 줄이면서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어서 매니저들이나 크레딧 담당자 등의 직원들이 새로운 상품 출시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은행업에서는 규모도 중요한데 자산 매각 계획은 HSBC의 경쟁력을 더 깎을 것이라고 매체는 말했다.

리서치 업체인 테버시 리포트의 대니얼 테버시는 HSBC가 단기적으로 대출을 1천억달러가량 줄이고 현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저금리의 유동성이 큰 대안 자산에 맡기면 수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자금을 더 생산적인 장기 자산에 재배치하기도 까다롭다고 그는 말했다.

HSBC가 자산관리나 리테일 부문을 강화하고 싶어하지만 이미 다른 은행들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리서치업체인 레드번의 파헤드 쿤와르는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HSBC의 문제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불확실한데도 HSBC가 새로운 수장을 임명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레이너는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당신은 여전히 스스로 추진력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그 사람(노엘 퀸 HSBC CEO 대행)이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어도 되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 터커 HSBC 회장이 아직도 퀸 CEO 대행을 신임하지 않았다면서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후에는 외부영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터커 회장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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