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통령이 말 한마디 했다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정책 성향이 휙휙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금통위원이라면 금리 결정의 타이밍은 항상 무겁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여론이나 압박에 휘둘리는 것을 스스로 허락지 않으려 한다. 학자적 자존심이다. 통화정책 의사결정자로서 각자의 정책 연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짧은 기간 비둘기에서 매파로, 매파에서 비둘기로 급선회하는 일은 흔치 않다.

2월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지만, 결국 중도 성향의 위원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들의 성향을 다시 점검해보는 이유다.

매파 성향의 위원들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이견이 없는 강성 매파 이일형 금통위원이 해당한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는 일반적으로 매파로 분류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경제나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비둘기적 성향을 보일 때도 적지 않다. 최근 행보로 봤을 때 현재는 매파 쪽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앞으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지만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윤 부총재는 이 총재와 뜻을 같이할 것이고, 한은 추천 위원이기도 한 이일형 위원은 취임 이후 흔들림 없이 매파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금통위 때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신인석, 조동철 금통위원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비둘기파다. 여기까지만 보면 매파와 비둘기파의 3대2 구도지만, 합리적 성향의 중도파 위원들 속내를 정확하게 알 길이 없어 변수는 남아 있다.

임지원 금통위원은 중도 성향이면서도 매파 쪽에 다소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시장에서 매도 아니요, 비둘기도 아닌 '원앙새'로 불렸던 그는 요새 '원앙매'로 통한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 때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한은 출입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국가간 통화정책 차별화와 금융안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매파 성향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의 불균형 우려 등이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쪽에 힘을 실을 여지가 큰 편이다.

고승범 금통위원도 중도파로 분류되지만, 금통위 내 대표적인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라는 점이 변수다. 무엇보다 경제지표 등 데이터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파장을 숫자로 확인하려는 심리가 강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료 출신으로서 부동산시장 대책 등 정부 주도의 금융안정 이슈를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도 매파 쪽으로 기울게 하는 이유다.

그들의 성향만 놓고 보면 2월 금통위 때도 금리 인하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도파 위원 중 한 명이 인하 쪽에 표를 줘서 3대3 구도가 되더라도 이주열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쥔다는 점에서 당장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통위 본회의에서는 위원들 간 토론 끝에 각자 입장을 표명하는 순서가 되면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이 기준금리 조정에 각자 찬반 의견을 표시한다. 3대3 동수가 되면 의장이 가장 마지막에 입장을 밝히는, 사실상의 표 대결이 이뤄진다. 금통위에서 4대3 박빙의 표 대결이 나올 때가 흔치는 않지만, 각자의 소신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경우 그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5대2 금리 동결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이라 만일 4대3 구도가 펼쳐진다면 동결이 되더라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 기대와 이를 등에 업은 시장의 기세는 더 세질 수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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