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한풀 꺾이는 듯했던 테슬라 주가 상승세에 다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에서 생산 차질이 길어질 수 있다는 테슬라 경영진의 진단도, 주가 상승을 틈탄 회사의 증자 계획도, 월가뿐만 아니라 산업계, 정치인으로 번진 주가 과열 지적에도 테슬라 주가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엿보고 있다.

지난 4일 기록했던 장중 사상 최고치 968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종가 기준으로 테슬라는 꾸준히 주가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19일 테슬라의 종가는 917달러다.

테슬라는 여전히 월가의 가장 뜨거운 주식이다. 주가, 지분 변동 등 하나하나가 모두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퀀트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테슬라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월가의 이목이 쏠렸다.

르네상스는 기관투자자 분기 공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동안 테슬라 주식을 330만주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르네상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규모는 약 390만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2.1%다.

테슬라 주가가 올해 들어 2개월도 안 돼 2배 이상으로 오른 만큼, 르네상스의 투자 타이밍은 완벽에 가깝다. 2개월 동안 순수익만 17억 달러에 달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4분기 테슬라 주가 418달러를 기준으로 르네상스의 지분 가치는 16억 달러였지만, 지금 주가로 계산하면 지분 가치는 33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만약 르네상스가 10월 초 250달러에 테슬라 주식을 샀고, 이번 달 초 최고치에 팔았다면 30억 달러에 가까운 순수익을 올렸을 수도 있다.

르네상스는 수학과 교수 출신의 짐 시몬스가 1982년에 세운 퀀트 헤지펀드다. 시몬스는 냉전 시대 암호 해독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시몬스는 통계적 차익거래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퀀트 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식이나 채권, 선물·옵션의 이론 가치를 정량 분석한 뒤, 시장가격이 통계적 범위 내에서 내재가격에서 벗어날 때 컴퓨터 기반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통해 매수나 매도를 한다. 계산된 이론 가치에 도달하면 시장 상황과 수급 등 일체의 수학적 분석 외적인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청산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런 기법의 창시자로 불리는 시몬스는 포브스가 집계한 2018년 최고 수입을 올린 헤지펀드 매니저였다. 한 해동안 벌어들인 돈만 1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8천억 원이다. 시몬스는 연봉랭킹에서 꾸준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단골손님이다.

시몬스는 2010년 이후로는 르네상스의 일상적인 업무에서 은퇴했으나 여전히 이 헤지펀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르네상스의 주력인 메달리온 펀드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39%의 성과를 거뒀다. 5%의 운용 수수료, 44%의 성과 수수료 등 비싼 수수료를 제하고도 이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복리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하다.

월가에서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와 비교하기도 한다. 같은 기간 두 펀드에 투자했다면 르네상스가 수익률에서 200배 이상 앞선다.

버크셔는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가치 투자 운영 철학을 내세운다. 반면 르네상스가 기술적 분석에 가까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짧은 단타 매매에 주력한다.

헤지펀드의 특성상 르네상스의 운용 전략이나 방침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 르네상스의 운영 프로그램은 직원들도 비밀 유지서에 서약해야 할 만큼 극비다.

직원들은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을 전공한 박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매매하고, 트레이더는 이를 보조하는 데 그친다. 르네상스 직원 채용 시 월가의 경력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몬스가 어떤 판단에 따라 테슬라에 롱 베팅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결과만 놓고 볼 때 매수 타이밍은 최적이었고, 천문학적 연봉을 자랑하는 시몬스의 투자 감각은 다시 한번 빛났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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