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의 수익률 욕심은 당연…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있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한국투자신탁운용 FI(Fixed Income)운용본부는 크레디트물 운용에서 전통적 강자로 손꼽힌다. 관련 펀드 수익률이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한 덕분에 최근 7~8년 동안 연간 20%씩 수탁고가 성장했다.

이처럼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이 없는 자산운용사가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한투운용 FI본부 펀드설정액은 17조 원에 이른다.

이미연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본부장은 그 비결을 묻는 말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관수익자들의 투자목표와 제약사항은 기관마다 매우 다르다. 투자목표에 부합되게 운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고유자산 운용과 달리 수익자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만큼 고객의 안정적인 투자성향과 투자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1996년 ABN AMRO증권에 입사해 흥국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PCA자산운용을 거치며 크레딧애널리스트와 매니저로 활약했다. 지난 2011년부터 한투운용에서 FI 운용본부 팀장을 맡아 100개 이상 아시아 주요 기업들을 분석했던 전문성을 발휘하며 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채권운용업계 안에서는 최초 여성본부장으로 알려졌다.

한투운용 FI운용본부의 모든 펀드매니저들은 펀드기술서를 작성한다.

펀드기술서는 일종의 자산운용지침(IPS)으로 수익자가 제공한 투자 지침과 제약 사항 등과 함께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매니저는 어떤 전략을 쓸 것인지 기본 운용 전략과 방향이 담겨있다.

이 본부장은 "펀드 기술서를 통해 고객의 목표와 매니저 운용 목표를 일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매니저가 중간에 변경되는 경우가 생겨도 운용의 일관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또한 펀드기술서는 한번 작성한 뒤에 끝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목표 달성을 위해 펀드가 감내하는 위험목표치가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순기능을 한다.

이 본부장은 자신의 해외펀드운용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해외직접 투자에도 나선다.

본부장으로 발탁된 후에는 보험사에서 다양한 해외채권상품을 투자했던 김정수 팀장을 영입해서 해외 직접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홍콩 등 아시아 지역과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의 달러 채권에 직접 투자 하는 펀드를 작년에 출시했다"며 해외펀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전에는 연기금과 대형 생명보험사 등에서 대규모 해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투자수익률 훼손을 겪으면서 해외투자는 급격히 위축됐다.

이 본부장은 "아직 해외 투자 비중 자체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 기관 참여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등 다시 마켓이 살아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8월에 출시한 '아시아플러스 채권펀드'는 700억 원 규모를 넘어서는 등 하반기에는 적극적으로 리테일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사태 등 일련의 사태는 자산운용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 본부장은 수익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리스크관리를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자산운용사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고객의 자산 유출입에 따라 투자를 회수하고 중단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일시적인 충격이 와도 인내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기에 포트폴리오 구축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회사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엄격한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본부 단위에서 펀드 포트폴리오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과도한 포지션 쏠림을 제어한다.

이 본부장은 "매니저는 언제든지 수익률 욕심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파트너를 신중하게 선택해달라"며 당부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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