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폭주로 가입 못 한 고객에 서비스…민원 0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하나은행의 올해 메가 히트작으로 기록될 '하나 더 적금'에 1만명 넘는 고객이 추가로 가입한 사연이 알려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월 5일 마감된 '하나 더 적금'의 판매를 일주일 연장해 지난 12일까지 진행했다.

판매 대상은 특판이 진행된 이달 3~5일까지 중 비대면 접속 기록이 남은 고객으로 한정됐다. 당시 막판까지 모바일 접속이 지연됐던 만큼 가입하지 못한 고객을 위한 일종의 '애프터 서비스'를 실시한 셈이다.

하나은행은 영업점을 통해 접속기록이 남은 고객 한명 한명에 문자를 보내 상품 가입 의사를 확인했다. 이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내용을 인증하며 하나은행의 배려에 감동했다는 평가가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특판과정에서 하나은행에 접수된 민원은 한 건도 없었다.





덕분에 지난 5일 밤 기준 136만7천좌로 집계됐던 가입 건수는 최종적으로 138만좌를 돌파했다. 제시간에 가입하지 못해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약 1만3천명의 고객이 추가로 가입한 셈이다. 이 기간 가입금액은 100억원 이상 늘었다. 특판으로 확보한 수신액은 3천830억원에 육박했다.

시중은행이 연 5%대 이자를 제공하는 특판상품을 선보인 건 처음은 아니다. '금리 노마드 족(族)'을 잡겠다며 단기간 돈을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이 은행권 트렌트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연말·연초를 공략한 특판상품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SK플래닛의 전자지갑 시럽과 제휴해 무려 연 8%의 이자를 주는 6개월 만기 적금을 선보였다. 산업은행과 대구은행이 핀크와 연계해 선보인 적금상품의 금리도 5%였다.

하나은행은 최대 연 5.01%의 금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대 조건이 복잡하고, 가입 금액이 적었던 다른 상품에 비해 단 하나의 앱에 접속해 적금을 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달 초부터 영업점의 입소문을 타자 온라인상의 맘카페와 재테크카페 등 SNS상에서만 8만여건의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판매 기간 동안 하나은행 공식 앱 하나원큐에서 발생한 접속지연은 오히려 기폭제가 됐다.

이 기간 포털사이트 검색어 랭킹에는 '하나은행'과 '하나 더 적금' 등 연관 검색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하나은행 A지점은 하루에 1천800명의 고객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점 주변의 카페와 식당은 적금 가입을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 특판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부가효과를 냈다며, '하나 더 적금 2탄'을 만들어달라는 지역사회 요청까지 나온다는 후문이다.

사실 예상치 못한 흥행에 지점 직원들은 적잖이 힘들었다. 하나은행 직원 대다수는 이 적금에 가입하지 않았다. 고객을 응대하느라 가입할 새도 없었지만, 직원에게 이 적금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30만원 한도로 가입한 적금 고객에게 하나은행이 1년 뒤 지급할 이자는 세후 기준 약 8만2천650원이다. 연 2.5% 금리를 주는 다른 은행 적금의 만기 이자(4만1천242원)와 비교하면 4만1천408원을 더 줘야 한다.

하나은행은 이 역마진 상품을 작정하고 판매했다. 다른 은행이 판매한 5%대 특판적금이 평균 5만좌 안팎으로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70배에 달하는 고객 모집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신규 수신계좌는 261만개다. 계좌수로만 본다면 이번 적금 특판은 연간 실적의 54%에 해당하는 엄청난 결과다.

이렇게 되자 하나은행의 특판을 역마진으로 치부했던 다른 은행들도 마케팅 성공 사례로 분석하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하나은행이 특판 한 번으로 이름의 KEB뿐 아니라 DLF 사태로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지우는 효과를 냈다"며 "역마진상품이긴 하나 창출된 광고효과와 신규고객 기반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기획이다. 최근 공격적인 비대면 영업에 나선 하나은행의 면모를 재차 확인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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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4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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