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에 일본계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자금은 앞으로 더욱더 큰 규모로 미국 국채를 사담을 수 있어 글로벌 채권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일본 투자자는 미국 국채를 1천150억달러 사들였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총 1조1천540억달러로, 지난해 6월 이후 외국인 미국 국채 투자자 가운데 최대 큰 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 "글로벌 최대 日 연금펀드, 조만간 해외채 비중 상향"

향후 일본계 자금의 미국 국채 매수세는 더욱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의 정부연금투자펀드(GPIF,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는 운용 자산이 1조5천억달러로, 세계 최대의 공적연금펀드다. 이 펀드는 지난해 9월 환헤지를 한 해외채를 국내채권으로 재분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환헤지 한 해외채를 국내채권으로 재분류하면 그만큼 해외채를 추가로 투자할 여지가 늘어나는 셈이다. GPIF가 실질적으로 해외채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일본 국채 매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외국계 연금펀드의 비(非) 환헤지 해외채의 매수 규모는 19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美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GPIF는 이번 주 중으로 해외채 보유 비중 상한선을 전체 보유액의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렇게 되면 약 1천억달러의 비(非) 환헤지 해외채를 여섯 차례에 걸쳐 매입할 수 있다.

포브스는 "이는 실제로 매우 큰 규모로, 달러-엔 움직임에 따른 결과물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 일본이 환헤지 없이 미국 국채를 사는 이유

일본 정부는 20여년에 걸친 통화 부양책의 일환으로 돈을 찍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30년 금리도 0.4%에 불과하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노인들은 은퇴를 위한 보장된 수익률을 요구한다.

일본 투자자가 현재 유럽 채권에 환헤지로 투자하더라도 2년짜리 독일 국채 수익률은 -0.44%에 그친다. 30년 독일 국채의 수익률은 0.34%다. 이탈리아 국채의 경우에는 환헤지 이후 기준으로 2년물이 0%, 30년물은 2.15% 수준이다.

미국 국채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2년물 국채에 대해 환헤지 이전에는 1.4%, 헤지 이후로는 -0.53%의 수익률이 나온다. 30년 미국 국채의 경우에는 헤지 이전으로는 2%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채권의 듀레이션 리스크를 전혀 갖지 않는 3개월짜리 미국 국채의 헤지 이전 수익률도 1.6%에 달한다.

이는 환율 위험이 관리가능하다는 전제 속에 마이너스의 유럽 금리보다 훨씬 좋은 수익을 보장하는 셈이다.

일본계 대형 공적연금이 직면한 고민은 미국 국채를 환헤지 없이 투자하거나 유럽 채권을 듀레이션 리스크를 감수하고 장기물로 사들이는 것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일본이 돈을 찍어내고 외국계 자산을 사들이는 이상 환헤지는 최소화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달러-엔 환율의 변동성이 20여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비(非) 환헤지의 미국 국채 투자는 일본에 계속해서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 미국과 일본 모두가 '승자'

환율 리스크가 있을 수는 있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 엔화 가치가 상당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보유 만기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엔화가 필요하게 된다. 다만, 공공복지 관점에서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에 긍정적이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서는 좋은 환경이다.

일본계 연금이 엔화 약세라는 이유로 미국 국채 투자를 크게 뒤집을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반대로 엔화 가치가 상당 수준으로 오를 경우에는 같은 양의 엔화로 더욱더 많은 미국 국채를 사들일 수 있다. 엔화에 대한 미국 투자자의 매수세가 멈추지 않더라도 엔화 절상 속도를 둔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포브스는 "정치적으로 허용되는 한 엔화 절상은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GPIF의 비(非) 환헤지 투자는 미국 국채시장에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며 "미국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조달해줄 수 있는 매수자를 기꺼이 허용할 것이고 일본도 엔화 약세가 유지되도록 그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단기적으로 미국과 일본 모두가 승자"라며 "특히, 미국 달러화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고 유로나 유럽 채권시장이 가장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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