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에 따른 우려감 증폭으로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21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전일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4개월여 만에 1,200원을 넘어섰다. 점심시간 무렵 1,201.90원까지 오르며 전일대비 12.60원 급등한 수준까지 올랐다.

달러-원 환율 상승의 맹위는 간밤 역외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전일 서울환시 마감 후인 오후 5시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총 104명으로 늘어나고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뉴욕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이를 그대로 반영해 추가 상승을 이어갔다.

전일 현물환 시장에서 1,198.70원에 마감하며 가까스로 1,20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종가를 형성했으나 NDF 시장에서 이내 1,200원대를 뚫고 1,200원대 중반까지 레벨을 높였다.

해외브로커들에 따르면 간밤 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205.65원에 최종 호가를 냈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60원)를 고려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 대비 7.55원 오른 셈이다.

서울환시 외환딜러들은 달러-원 환율이 매우 강한 상승 모멘텀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 환율이 1,200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확산 우려가 달러-원 환율의 본격적인 상승 트리거로 작용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강한 상승세로 방향을 굳힌 모양새다.

간밤 NDF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에 안착한 만큼 현물환 시장에서도 상승해 추가 고점을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우려가 극도로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도 간밤 한때 7.05위안대로 상승하는 등 급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달러화 가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ICE 달러화 지수는 2017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99.8 수준을 유지하며 100선에 근접하고 있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NDF에서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에 안착한 만큼 단기 상단은 전 고점 레벨인 1,220원대로 본다"며 "거센 상승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1,240원대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우리나라 확진자 증가가 달러-원 상승 트리거가 됐고 1,200원이 뚫리면서 역외에서도 롱베팅이 활발하다"며 "전일도 달러-원 환율이 소폭 상승 폭을 줄일 때마다 역외는 달러를 매수해 위쪽으로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가 위안화 약세, 달러화 강세 등 기타 통화와 동시다발적으로 연동해 발생하고 있는 점도 달러-원 환율의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원화가 예외적인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타 아시아 통화 흐름에 연동해서 오르고 있는 만큼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A 은행의 딜러는 "글로벌 달러가 전체적으로 오르고 위안화도 약세를 보이며 원화만 단독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며 "원화의 쏠림만 유독 나타나는 쏠림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B 은행의 외환딜러는 "유로와 엔화의 방향성에 따라 달리겠지만, 달러화의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단기 상단은 1,210원, 2분기까지의 상단은 1,230원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전일 인민은행의 기준환율 고시도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중국이 '포치' 방어를 거의 포기한 듯한 시그널을 시장에 줬다"며 "이에 따라 달러-위안 환율이 올랐고 우리나라 확진자 급증 헤드라인까지 나오며 달러-원 상승세에 기름을 뿌린 셈이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실제 경제 지표가 무너지는 모습이 나올 경우 달러화 강세를 심화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독일, 일본 등의 심리지표가 망가지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경기의 호조까지 확인된다면 달러화 강세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hrl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1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