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결국 선을 넘었다. 극도로 경계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 슈퍼 전파자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방역 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는 국가의 모든 역량이 오로지 여기에만 집중돼야 할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실행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수십∼수백 배의 접촉자에 대한 확인 작업도 분주하다. 단위 자체가 달라지다 보니 확진자가 추가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이는 결국 사람들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일상생활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의 양상도 달라진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그러한 모습은 나타나고 있다. 조기에 진압되지 않는다면 내수에 미칠 악영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요즘 유통업체는 뉴스 속보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때마다 발표되는 동선을 눈여겨본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매장이 포함됐다면 허탈한 한숨을 쉰다. 다행히도 빠져 있다면 이번엔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루에도 몇번씩 허탈감과 안도감이 교차한다. 확진자가 잠시라도 들렀다면 긴급 휴점에 들어간다. 직원들을 다 돌려보내고 긴급 방역 작업도 한다. 그러고 2∼3일 동안 매장을 닫는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고 확진자 수가 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가뜩이나 온라인에 밀려 장사가 안되는 상황에서 매장까지 닫아야 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 문을 닫으면 적게는 5억∼6억원, 많게는 40억∼50억원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더욱 크게 만든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금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은 또 다른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요즘 같아선 온라인몰들의 공세보다 코로나19가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세엔 공세로 맞설 수 있지만 코로나19엔 문을 닫는 것 이외에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버젓이 문을 열고 계속 영업을 할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소비 진작을 위한 대책을 내놓는다고 뭔가 달라질까 싶다. 바이러스부터 빨리 잡는 게 유통업체들의 생존을 도와주는 가장 빠른 길일 것 같다. 현 상황이 상반기까지 지속한다면 유통업체의 장부는 온통 마이너스로 가득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이 시작됐지만 또 다른 구조조정이 기다릴 수도 있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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