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와 ▲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진 점 ▲ 인플레이션 압력의 부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2bp 하락한 1.92%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9%를 하회하기도 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주요 지지선인 1.50%를 하회한 1.475%까지 내려갔다.



◇ 코로나 충격…美 경제지표에 영향

투자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미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IHS 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제조업 및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각각 50.8과 49.4로 전달보다 크게 하락했다.

제조업 PMI는 6개월래 최저이며, 서비스 PMI는 76개월래 최저로 50을 밑돌아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제조업과 서비스를 합친 합성 PMI 역시 1월의 53.3에서 2월 49.6으로 크게 하락했다.

마켓워치는 해당 지표로 투자자들이 코로나 충격이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트렸다고 진단했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1월에 2%를 조금 웃돌던 GDP 성장률이 2월에는 0.6%로 둔화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주말을 앞두고 코로나 사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투자자들이 장기물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기피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존 힐 금리 전략가는 "월요일까지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그러나 앞으로 60시간 내 상황이 악화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에 매도 포지션을 가져가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 연준 완화 정책 기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미국 경제의 탄탄함을 근거로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있으나 트레이더들은 반대로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올해 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가능성을 32.9%까지 반영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의 20%보다 높아진 것이다.

한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은 27.8%, 세 차례 인하 가능성도 20.7%까지 높아져 12월 회의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은 현재 90.3%이다.

윌리엄 블레이어의 마르셀로 아살린 신흥시장 채권 담당 헤드는 "시장에 상당한 유동성이 있지만, 우리는 중앙은행들의 추가 부양책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몰려들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과 같은 고금리 채권 시장으로도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플레이션 기대 완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꾸준히 하락하는 것도 장기물 채권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슈와브금융리서치센터의 캐시 존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하는 것이 30년물 국채 랠리의 주요 지지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5년 만기 BEI(breakeven Inflation Rate, 명목 국채 금리-물가연동국채 금리)는 지난 수요일 1.63%로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 원자재 가격과 원유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2%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낮아졌다.

연준 당국자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반세기래 최저로 떨어지고 성장률이 꾸준히 2%대를 유지함에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PGIM 픽스드인컴의 나단 시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 기대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연준의 인플레 목표 달성 노력도 신뢰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미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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